그의 어깨가 들썩인다.
하늘을 향해 빳빳히 쏟아있어야만하는
그의 고개는 어느새 앞으로 고꾸라져 있다.
나는 그의 뒤를 한참이나 뒤따르던 참이다.
겨울은 깊지 않았지만 바람은 충분히 찼다.
그와 내가 걷고 있던 골목에는 가로등 하나가 없었다.
춥고 어두운 초겨울 어느 밤이다.
내가 그를 깨달았을 때 그는 인적드문 이 골목에서 소리를 내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고 축축했다.
그는 통화중이었다.
"네"
그리고 "네"
다시 "네"
그의 대답은 짧지 않고 끝이 길었다.
이따금 한숨이 섞여있었다.
그러던 차.
그는 말했다.
"어머니 걱정마세요. 다음엔 되겠죠."
그 말을 하고 그는 멈춰섰다.
그의 어깨가 들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