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흑백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우림 Apr 20. 2016

사그라진 폐허위에

 2013년 7월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중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인해 비행기에타고 있던 많은 중국인들이 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이 사고 소식을 전하던 국내의 한 종편 채널의 아나운서가사고로 인한 사망자들이 한국인이 아니라 ‘우리로서는 다행’이라는말을 했다. 방송을 내보낸 방송국과 발언자인 아나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나와의 심리적 거리감이 가깝지 않은 사람의 일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마음. 모든 생명은 크고 작음 없이 같은 가치를 지니며 그 가치는 누구도 매길 수 없다. 함부로 판단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구별되는 아나운서의생명의 가치에 대한 무지와 무감각함은 비판 받아 마땅했다.


 얼마전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과거 6400여 명의 생명을앗아간 고베 대지진보다 강도가 센 대지진이었다. 이번 지진은 20일현재 47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있다. 지진을 전하는 많은 기사들 가운데 눈에 띄는 기사제목이 있었다.“코스피, 지진과 엔고에 탄력 받을까” 한 경제매체의기사다. 어떤 형태든, 대형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주가증시의 등락을 알리는 보도도 빠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경제는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그 기사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 돈을 벌거나 자본적 피해를 최소화한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겐 자연재해 등의 사건사고는 돈을 넣고 빼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코스피…… 탄력 받을까”라는기사 제목은 어쩐지 입안을 게워내고 싶게 한다. 쓴맛이다. 지진으로인해 사망자 마흔 일곱 명의 목숨의 무게가 ‘탄력 받아 상승한 코스피’만큼으로 매겨지는 듯하다.


 세월호가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직후 사건에 영향을 받아 위축되는 소비와 그로 인해 침체되는 내수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세월호 사건을 털고 앞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말들을 한다. 경제를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사그라진 폐허 위에 집을 짓는다고 한들 사람 생명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