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오늘도 늦잠이구나'라는 쓸모라고는 단 1도 없는 자책감을 갖고 물 세 모금으로 텁텁한 입 속을 개워내고 거실 소파에 앉으면
조용하다.
자면서 흘려낸 땀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하고 양치를 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한바탕 쏟아 낸 다음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드라이질을 하고 다시 거실 소파에 앉으면
역시 조용하다.
현관문을 열고 새벽 4시 30분 쯤에 배달되었을 신문을 집어들고 들어와, 이번엔 배가 고파 며칠 전 사놓은 식빵, 혹시 곰팡이라도 자리를 트셨을지 몰라 살펴봐야하는 식빵에 잼을 바르고 커피를 내려 컵에 따르고 식탁에 앉으면
이번에도 조용하다.
새소리 하나 없다. 바람소리 둘 없다. 나무소리 셋 없다. 그러다 든 생각.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굳게 잠긴 창문을 열어 제치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들려오는 지하철소리, 사람소리, 저 멀리서 건물짓는 소리.
'그래 뭐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