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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Mar 09. 2016

27. 봄이라서 당신에게 마음을 뺏겼나봅니다.

당신은 봄이었어요.



당신은 봄이었어요. 봄이라서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겼나 봅니다.

여행지였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겨울의 끝자락에 당신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길이 참 미끄럽네요, 빠른 걸음으로 재촉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호탕하게 웃어버렸습니다. 옷은 척척하게 젖어들었고 그날도 저는 당신에게 척척하게 젖었었나봅니다. 당신은 내내 조심하라고 저를 잡아주었습니다.

봄의 신호입니다.
당신은 추임새로 내내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저는 기가 막힌 광경처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바람결에 꽃잎 한 개가 제 머리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안겼던 순간처럼 말입니다. 당신의 쿵쾅쿵쾅 심장소리가 뇌까려집니다. 나를 만지던 쾌감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풀썩거리던 손길이 선명합니다. 덕분에 제 심장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해서 한번더 보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낯선 곳에서 유난히 겨울을 타는 저는 당신에게 참 냉랭하게 대해 버렸습니다.

당신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고, 뜨거운 음식에도 땀을 뻘뻘 흘렸는데, 생각해보니 저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느라 그렇게 땀을 흘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감정을 치워버린 사람 마냥, 내내 당신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추위가, 저의 냉랭함이 거리를 뒤덮을 때, 당신이 살포시 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느새 제 손은 따뜻하게 녹아들었고, 가슴에 들리는 소름 때문에, 저는 돌아볼 새 없이 냉큼 떠나버렸습니다.

봄비는 짧았고, 봄비 뒤 꽃샘추위는 매서웠으며, 꽃들도 짧게 피다 갔습니다. 당신이 불었던 봄바람에, 꽃잎에, 봄과 같은 당신 때문에 오랫동안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당신은 고요하게 찾아와, 난데없이 제 손을 따뜻하게 물들여 놓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저는 이상하리만큼 당신을 기억해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며 저는 수일동안 열병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당신은 봄이었어요, 아마 봄이라서 당신에게 마음이 뺏겼나 봅니다.

짧았던 봄을, 떠났던 당신을, 진작에 우아하게 맞이하지 못해 남은 봄의 기운 내내 한숨을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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