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팡팡이 Mar 11. 2016

28. 조지, 당신에겐 '힘내'라는 말이 필요했어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비가 오면 제가 생각난다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생각이 났어요.
어떤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고 울고 있는, 아주 낯선 곳에서의 카페의 한 공간이었어요.  주위는 의식하지 않은 채, 서로 말없이 바라보다 눈물을 닦아주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엔 서로 큭큭 거리며 키득됐죠. 그들에겐 아름다운 이별이었어요. 서로를 격려하며 아파하고 응원하고 그래서 그들의 공간엔 아주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왔죠. 겨울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그런 어떤 모습이 생각났어요. 아득한 모습이죠.
그런데요.. 저희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어요. 제가 묵묵부답이었던 건 지난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않은 말이 오가며, 상처 줄까봐 그게 너무 마음 아프잖아요. 한 때 우리도 아름다웠던 추억 하나 쯤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저를 이제 추억 속에 가두어 줘요. 저에게도 당신과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 몇몇이 가슴 속 깊이 간직되어 있어 문득 떠올려 봐요

  그땐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요.  미안해요. 이런 얘기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진짜 당신 말대로 마지막이길 바래요.

 그리고 정말 제가 후회하도록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고마웠어요.



  저 멀리 당신이 서있었다.
한눈에 봐도 내 남자친구가, 멋진 남자친구가 저기 서있네, 라고 생각 했다. 도서관 맞은편에 앉은 당신은 가끔 콧구멍을 벌렁거리기도 했고, 인상을 쓰며 무언가를 열중하기도 했었다. 그런 모습에 반했더랬다. 당신은 나의 조지였다. 나는 당신의 무엇이었나.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라운 일은, 그런 것이었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묻지 않아도 당신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길 바랐었는데, 그런 당신이 결혼을 한다. 분명 나보다 훨씬 괜찮은 여성일 것이다. 우리에겐 주어진 현실을 이겨낼 힘이, 주어져야할 책임이, 공통된 가치관이 없었다. 나는 미숙했고, 당신은 힘들어 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연상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뜨거웠던 사람도 있었고 미지근했던 사람도 있었다. 온도는 중요하지 않다. 돌이켜 보니 그들은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였다. 어렵고 힘들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조지도 그랬었다.     


  자신 있는 나의 태도를 좋아하며, 나는 오히려 그들을 감싸 안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의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도록 하고 싶었다.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나간 날들을 오래도록 사랑했다.     


  그런데, 사실은 말야, 힘들어하는 그들 곁에서 오래도록 '힘내' '할 수 있어' '해낼 거야' '내가 있잖아' 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들 대열에 껴가고 있었다. 시간이 나를 막막하게 했다. 우리가 인연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었다. 나는 어렸고, 그들은 힘들었고, 나 역시 무거운 돌들을 차츰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식은 높아졌고,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물음은 선택사항이 되어버렸다. 절실한데 모두가 절실해져 버렸으니, 얼마나 더 막막하고 부딪쳐야 할까, 잣대는 높아졌고, 희망은 낡고 흔해 빠져 버렸으니, 아름다움의 가치는 논할 수 없다. 생존의 시대에서 작은 소망을 찾으니 그 역시 희극일까, 가치 있는 일일까.


그대는 여전히 용기가 없으나

당신은 여전히 보고 싶으니,


그래서 사랑은 고결하듯이

오늘 나에게, 잘 하고 있어, ‘힘내’라고 해 준 당신은 너무나도 고마운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27. 봄이라서 당신에게 마음을 뺏겼나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