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시. 충무로.
조밀한 빌딩 사이 그늘을 따라 걸었다. 대한 극장이 사라지고 새로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와 기억에 없는 길을 만났다. 언니와 점심을 먹는 옆 테이블에서 낯익은 용어들이 들렸다. 출력소와 인쇄소를 다니느라 분주했던 20대였다. 토요일 낮이 사라졌던, 그 하늘 아래다. 건너편에는 처음 다니던 광고 회사 건물이 작게 보였다.
출근해서 어두워져서야 퇴근을 하던 저녁의 어스름만 알던 때. 작은 광고 회사 대표님이 그야말로 하드 트레이닝을 시키셨다. 건물을 보니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억으로 남아있다. 건물이 저렇게 작았었나. 더 낡아졌지만 그대로 있었다.
토요일도 야근을 하던 시절, 낮 1시의 부재는 회사를 옮기고 알았다. 당연해서 실감하지 못했던 한낮의 하늘이 좋았다. 그래도 하드 트레이닝 덕분에 새로 옮긴 회사의 야근쯤은 거뜬하게 할 수 있었다. 인사동 거리도 좋았고, 토요일 오후면 종로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빌딩을 둘러싸던 인파 속도 그저 즐거웠다.
이십여 년 만에 충무로의 하늘을 본다. 그대로인 건물들과 좁은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점심을 먹고 삼삼오오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빠르다. 사람들의 보폭을 따라가다 속도를 줄였다. 6월 햇살이 눈부셔 다시 나무 그늘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