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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주 Feb 23. 2021

아까 유튜브만 안 봤어도 잘 끝낼 수 있는데

미루기 대마왕의 뇌 구조 _팀 어번

TED Tuesday는 매주 화요일 TED 강연 한 편을 선정하고 요약해 소개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인공지능 혁명'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블로그 'Wait But Why'의 운영자 팀 어번(Tim Urban)의 <미루기 대마왕의 뇌 구조 Inside the Mind of a Master Procrastinator>를 요약했습니다. (※'가장 웃긴 TED 강연' 리스트에 오를 만큼 재미있는 강연이니 영상도 꼭 보세요!)




대학교 4학년, 나는 1년의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작업 강도를 높여가며 졸업 논문을 완성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틀 밤을 새워 72시간 만에 90쪽을 써서 마감 시간에 겨우 맞춰 냈고,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물론, 못써서.


몇 년 전, 나는 운영 중인 블로그 'Wait But Why'에서 할 일을 잘 미루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나와는 달리 미루지 않는 이들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잘 미루는 사람과 미루지 않는 사람의 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의 뇌에는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있다. 잘 미루는 사람의 뇌에도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있지만 그 옆에 '오늘만 사는 원숭이'도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적당한 때가 되면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며 합리적 결정을 하지만 '오늘만 사는 원숭이'는 그러지 말고 지금 당장 안 해도 되는 쓸데없는 일을 하자며 훼방을 놓는다.


'오늘만 사는 원숭이'는 과거를 기억하지도 않고 미래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그저 쉽고 재미있는 것만 좋아한다. 선진 문명 시대를 사는 우리 인간은 이 '원숭이'만 데리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미래를 꿈꾸고 큰 그림을 보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있는 것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적합한지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부합한다면 '오늘만 사는 원숭이'처럼 쉽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힘들고 재미없는 일을 하는 게 큰 그림을 위해 더 합리적일 땐 '원숭이'와 갈등을 빚는다. 잘 미루는 사람들은 이럴 때 합리적 판단은 없고 '원숭이'가 활개를 치는 '어둠의 놀이터'에서 오래오래 머문다. 놀면 안 되는데 놀기 때문에 그곳에는 재미 대신 죄책감, 공포, 불안, 자기혐오가 만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자'에게는 힘들고 재미없는 일을 하게 해주는 수호천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똥줄 몬스터'다. '똥줄 몬스터'는 평소에는 잠자코 있다가 무시무시한 후환이 두려워질 때쯤 갑자기 깨어나 모두를 정신 차리게 한다. 특히 '원숭이'가 무서워하는 유일한 존재라서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비로소 방해 받지 않고 주도하게 한다. 이런 방식은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지만 잘 미루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한이 없는 일에는 효과가 없다. 기한이 있는 일은 '똥줄 몬스터'가 개입하면서 단기간에 마무리 되지만, 사업 구상이나 자기 계발, 인간 관계, 건강 관리 등 기한이 없는 일에는 '똥줄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마무리 되지 않는 상태가 영원히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단기적 미루기를 주로 논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장기적 미루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이메일을 보내 온 수 천 명의 사람들처럼 자기 삶의 구경꾼이 된 것을 혼자서 은밀히 후회하며 불행 속에 살게 한다.


그럴 때는 우리의 인생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인생 달력은 한 주를 한 개의 상자로 90년치를 그린 것이다. 이미 꽤 많은 상자들을 썼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진짜 미루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오늘 당장... 그러니까 내 말은, 조만간 시작하자. (찡긋)







{요약의 요약}

1. 미루기 대마왕도 뭐가 좋고 옳은지는 안다. 다만 쉽고 재미있는 일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

2. 하지만 동물과 다른 인간이 그렇게만 살 수는 없으며 그래봤자 온갖 부정적인 감정만 남아 괴로워진다.

3. 똥줄이 타면 결국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해내지만 기한이 없는 일에는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4. 그럴 땐 인생 달력을 꺼내 얼마의 시간이 남았고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5.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없다. 오늘 당장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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