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주 Sep 15. 2020

나의, 나에 의한, 나만을 위한 옷

내가 사랑하는 옷


 이 나이 먹도록 내 스타일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어떤 색과 패턴을 좋아하는지, 어떤 기장의 바지 혹은 치마가 잘 어울리는지, 어떻게 매치해야 자연스러울지, 내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돋보이게 해줄 만한 스타일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을 나는 원래 옷에 관심 없다며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이라며 애써 감추려는 내 모습이 구차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왜 아직 나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옷을 자주 고르고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고, 경험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성격도 소심해서 매장에서 이것저것 몸에 대보고 입어보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체형이 비슷한 한 살 위 언니의 옷을 물려 입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언니가 박스티에 꽂히면 나도 한철 지난 후 헐렁한 옷을 입는 사람이 되었고, 언니가 꽃무늬 원피스에 꽂히면 나도 그다음 해 화려한 옷을 입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언니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여전히 옷을 고르는 일이 두려워 이제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나는 실패하지 않아서 좋고 남편도 나름 뿌듯함과 무용담거리를 얻는다. 이를테면 “이거 내가 골라준 거야.”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점. 다행히 이제는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입을 수 있고 부족하다고 느끼지도 않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자유롭고 멋스럽게 소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쪽이 부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저렇게 매치해도 괜찮구나.’
 ‘또 새로운 옷이네. 옷이 많은가.’
 ‘예쁜데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여.’

  나도 모르게 남과 나를 비교하고 돌아온 날에는 입고 있던 옷이 유난히 무거운 느낌이다. 어서 벗어야지. 빨리 갈아입어야지.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가볍고 편하고 귀여운, 심지어 내가 고르고 내 돈 주고 내가 산 연노란색 잠옷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