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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Sep 21. 2020

여행자의 길

정종성의 <그리스인 조르바로 읽는 누가 여행 이야기>


답답하다고 느껴서일까, 외롭다고 느껴서였나, 아니다 가을이라 그런가, 조르바가 생각났다. 어떤 제약도 굴레도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자유인, 흙과 눈물, 춤과 사랑의 소유자. 사실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보다 어쩌다 발견한 보석, 정종성 교수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는 누가 여행 이야기>  좋아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시각으로 누가복음의 여행 설화를 따라가는 책인데,  책을 읽다 보면 예수가 인간이라서 너무 고맙고 다행인 기분이 들어서 그게 너무 좋다. 하늘 보좌에 반쯤 누워 있지 않으시고(물론 그래도 되지만) 땀과 눈물과 한숨이 스민  위를 여행하는 예수를  사랑하게 된다.

 예수는 위에서 아래로, 중심부에서 변두리로 떠나는 여행자였다. 하늘에서 땅으로, 예루살렘에서   골고다로 향하셨다. 그저 관광객이 아니라, “찾아가고, 만나고, 질책하고, 격려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길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가르치는 여행자였다.(7) “그의 지상 여행은 인간적 삶을 사랑하기 위해 투쟁하는 하나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종교는 어떠한가. “인간의 걸음걸이를 잊고, 신의 걸음걸이를 흉내내고 있지는 않은가.(183)

 예수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밑자리까지 내려오셨는데 오늘날 예수를 따른다는 무리는 주위 사람을 치든 말든 목이 꺾이게 하늘만 보며 걷는다. 하늘인가 허공인가. 예수의 손가락 끝이 누구를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보아야 하는데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지금, 여기의 고통과 한계를 외면하고  다른 표적을,   기적을 요구한다.



 부끄러운  욕망의 시선을 거두고 여행자 예수의 향방을,  여행의 목적을 기억한다. 그의  번째 여행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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