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명자, 보세요.

엄마에게

 엄마는 엄마의 이름을 좋아하는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나는 요즘 엄마 이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곤 해요. 어렸을 땐 그저 흔한 옛날 이름이라고만, 왜 딸 이름에 아들 자자를 붙였나 지독한 남아선호사상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엄마 이름은 한자로 쓰기 쉬워서 좋겠다고 부러워한 적도 있네요.

 엄마는 밝은 사람(明子)인가요?

 엄마는 차분하고 온화해요.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고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다가오는 사람을 안아줄 줄 알고 보이지 않는 사람을 궁금해할 줄 아는 이웃이고요. ‘밝다’라는 말이 명랑 쾌활함을 뜻한다면 엄마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요. 엄마는 낙천적이기보다는 신중하고 대책 없는 상황을 두려워하죠. 그래서 애정이 걱정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엄마는 미래가 밝은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에서야 처음 적금을 시작했다며 웃던 엄마의 미래는 그리 넉넉하지 않겠지요. 명자라는 이름 대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평생을 살아온 엄마에게 미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엄마에게도 꿈 많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미래에는 명자 개인의 꿈이 하나라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나는 엄마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도 잘 모르고 있네요. 그런 건 없다며 너희만 잘 되면 된다고, 그게 내 꿈이라고 말할 엄마에게 아무래도 미래는 나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그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서 조금 미안해졌어요.

 엄마 이름을 스스로 소개할 곳이 거의 없어서 이름을 잊고 살았나요? 혹시 이름과 삶의 괴리가 느껴지나요? 그렇지 않아 엄마, 엄마는 언제나 밝혀주는 사람이에요. 어둠을 밝히는 빛이신 그분을 닮았어요. 나는 어쩌면 엄마를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그분의 빛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엄마는 크게 웃지 않아도 조용히 울어주는 사람이고, 엄마의 눈물이 누군가의 마음을 닦아준다는 사실을 엄마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엄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양지 같은 사람. 모닥불 같은 사람. 엄마는 좋은 이름을 가졌네요. 나는 엄마의 이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