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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ul 08. 2024

다시 듣는 노래, '말하는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그대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 말하는 대로 노래 가사, Bugs뮤직-



'말하는 대로'는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처진 달팽이’라는 팀으로 함께 부른 노래다. 방송 당시에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다 나간 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연출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2020년 3월 MBC ‘놀면 뭐 하니 방구석 콘서트’에서 이적과 유재석이 다시 한번 관중이 없는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미지 : Pixabay




 지금은 전 국민이 다 아는 방송인이지만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왔던 20대 유재석의 이야기를 가사에 그대로 담아 이적이 작곡한 노래다. 긴 무명 시절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재석 님의 스토리를 알기에 노래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고, 제대로 되는 일도 없는 불안하고 힘든 인생의 어떤 시기가 찾아온다. 그 시간에 계속 머물고 싶진 않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을 때,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 보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 때, 뜻대로 되지 않은 삶의 무게에 힘들어한다. 원하는 대로 잘 가는듯한 타인의 일상을 보며, 말하는 대로, 생각대로 되는 인생은 내게만 없는 것 같아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좌절 속에도 우리는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애쓰고, 언젠가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살게 되는 삶을 꿈꾼다. 


 지난달 편성준 작가의 북 콘서트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조금은 서툴지만 정성스레 기타를 치며 작가님이 불러주는 ‘말하는 대로’를 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노래를 들었다. 

오십이 넘은 이 나이에도 이 노래가 유난히 가슴에 사무치는 이유는 뭘까?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십 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친 듯 일한 적은 있으나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미친 듯 달려든 적은 없었다는 자각. '나는 정말 일만 하며 살았구나 ‘라는 생각, ’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이 연이어 올라왔다. 



 2024년 1월 보험개발원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평균수명을 측정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넘어섰다고 한다. 백세 시대라고들 한다. 

백세 시대에 오십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오십은 서서히 퇴직을 생각하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퇴직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다른 나이도 그렇지만 오십 대가 되면 더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재정비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나이일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한 번쯤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나보다는 가족, 개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면, 이제부터는 하고 싶었던 일, 꿈꿔왔던 삶을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일은 가족을 부양하고 삶을 건사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도전과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함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인생의 마지막 날 자신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며 마무리하고 싶은가?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체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황홀한 사람』,『니체의 숲으로 가다』등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한 김욱 작가. 그는 85세의 나이에 번역가로서의 생존 분투기를『취미로 직업을 삼다』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었다.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한 나이는 일흔이었다. 신문기자로 30여 년간 일한 그는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책도 읽고 자신의 책을 쓰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잘못 선 보증으로 일흔을 앞둔 나이에 전 재산을 날리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지켜내겠다는 결심으로 번역에 매진하여 10년 남짓의 시간 동안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미지 : Pixabay



 무엇이든 너무 늦은 때는 없다. 하지만 직업적인 전환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 해볼걸,..’ 후회만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도전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내게는 그 일이 글쓰기다. 아직은 잘 쓰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실력이 월등하게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은 책도 정리하고, 좋은 문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며 내 생각을 확장해가고 싶다. 나이 들수록 더 유연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나아가고 싶다.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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