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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Jun 18. 2016

코 앞의 낯선 천장

#27. 야간열차

그 좁은 공간에 모든 것이 오밀조밀. 이곳, 저곳을 열어보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리도 펴지 못한 채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어메니티로 제공된 워터젤리를 빨아먹으며 검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인이 된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아쉽게도 창밖은 별이 가득한 우주가 아닌 어디론가 떠나는 누군가가 가득한 비엔나 중앙역이다. 취리히로 향하는 야간열차 EN466은 헛기침을 하듯 한 번 쿨렁, 하더니만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5.01.08, 야간열차, 비엔나-취리히

우리나라에 야간열차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 그래도 좁은 땅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 반을 외치며 등장한 KTX는 어렴풋이 남아 있었던 기차여행의 낭만을 깔끔하게 지워버렸고, 노트북과 서류 뭉치가 가득한 출장만 기억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자는 동안 국경을 넘는 야간열차는 특별하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신기해할 만 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15.01.08, 야간열차, 비엔나-취리히

여기저기 스케치를 하다가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침대에 올라가서 내일부터 돌아다닐 취리히에 대해 약간의 공부를 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지 이따금씩 귀가 먹먹해져 침을 삼켰다. 눈이 조금 피곤한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니 낯선 천장이 코앞에 있다. 일어날 때 머리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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