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시대에 바치는 어느 여름날의 랜선 조례
<1>
모두 그만두고 싶은 하찮은 오늘 밤
일회용 마스크를 덮고 잠을 청할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하라기에
숨통을 움켜쥐고 지내기를 몇 달째
2020년이 요구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얼까
고민하며 잠든 얄팍한 두께의 시간들
어느덧 여름의 초입을 지나온 지금은
밤새 배탈이 난 걸까
더는 쿨하지 못한 계절이 된 것 같아
<2>
유례없는 상황 탓이라며
너를 노려보지 않으려 노력해
하긴
나였어도 쉽지 않았을 거야
서투른 진심은 갈 곳을 잃고
내밀은 손을 부끄럽게 했지만
황급히 씻어낸 손의 화끈거림에
떠내려간 진심이 있던 자리에는
피곤에 지친 껍데기만 남아
간신히 나를 헐떡이고 있어
나의 교직관이 무얼까
다시금 고민하기 시작한 요즘
그저 감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지속 가능한 교사의 삶이란
기성세대 교사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 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짬이 된 거지
<3>
사랑한다는 말이 다른 의미로 어색해
확신에 차 당당하게 말해주기엔
2020년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 하찮은 밤이 지나고 나면
나는 수치를 모르는 오줌싸개마냥
축축한 마스크를 흔들어 보이며
너희들에게 이 시라는 것을 보여주겠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좌절하며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고백하며
흔들흔들 비틀비틀 태양을 피해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뗄테니
2020년이 지독하리만치 특별했던
한 해로 앞으로도 남길 바라며
너희들은 이제 말없이 간간이
소금을 나에게 뿌려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