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낙하」는 일견 사랑하는 이와의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내 손을 잡고 하늘을 나는 정도 그 이상도 느낄 수 있을 거'라면 '아무것도 우리를 망가뜨리지 못'할 거라는 격정의 소용돌이. 레트로풍의 신스 사운드가 짙게 드리운 낙하의 요염한 분위기는 청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스며든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는 낙하는 보편적 러브송이 아닌 그들의 사적인 토로로 읽히기도 한다. 현 가요계의 최정상의 위치를 점한 그들이 느끼는, 이제는 낙하할 수밖에 없는 내리막길에 대한 불안감. '모든 것을 가졌을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가진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다.'는 곡 소개글처럼 나의 내면이 권태로울지언정 브라운관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유명인으로서의 숙명. 이쯤 되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다름 아닌 찬혁과 수혁 남매 본인들이고, 뮤직비디오 속 끝없이 낙하하는 찬혁의 손을 잡아끌어올리는 수현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비해 결의와 단합을 다지려는 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노래에서 아이유의 보컬은 피처링진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보다는 수현과 최대한 비슷하게 톤을 가져감으로써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이 노래가 남매만의 온전한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피처링이 구태여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나 '1곡 1 피처링'이라는 본 앨범의 콘셉트에 맞추고자 한 의도였으리라. 게다가 이 시대의 아이콘인 아이유가 아니고서야 이 노래의 가사를 읊조릴 수 있는 사람이 감히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악뮤(AKMU)는 지난 2019년 정규 3집 앨범 「항해」를 통해 그들의 전매특허였던 10대의 재기 발랄한 감수성을 노래하는 전작들과는 거리를 두는 대신 진정한 범세대적 컨템퍼러리 뮤직의 가능성을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였다. 기존의 화법을 썩 마음에 들어했던 필자에게는 과거와의 작별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기존의 '악동뮤지션'이라는 그룹명을 무국적 어감의 '악뮤'로 바꿔가면서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을 어린아이의 화법에 가둬두지 않으려는 그들의 의지는 결연했다. 그리고 2021년, 호화 피처링진을 동원한 이번 콘셉트 EP 앨범 「NEXT EPISODE」는 다양한 음악적 접근법을 고민하는 숨 고르기인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창의적인 셀럽'으로 계속해서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영리한 결과물이다. 소재와 음악을 디렉팅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지만, 악뮤는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일관되게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악뮤는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매 듀오의 가치를 넘어 향후 몇십 년이고 지속해서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을만한 위대한 뮤지션의 반열에 올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