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일상 Nov 04. 2024

아밀로이드 진단기 -2

생각보다 병에 대한 정보가 없다. 

챗gpt에게도 물어보고 논문도 찾아보고 건강신문이며 웹상에서 검색되는 기사는 거의 다 찾아볼 정도로 보고 또 봤지만 결론은 생각보다 정보가 없고,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부위에 따라 병명이 나뉘어지기 때문에 환우회도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산병원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아밀로이드 질환에 관한 정보다.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785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한 군데만 침착되는 국소성이 있고, 전 장기에 침착되는 전신성이 있다고 한다. 

남편의 경우는 위 조직검사에서 발견된 작은 부분이었기에 국소성 아밀로이드를 기대하며 고대 안암 소화기내과 진료를 의뢰했다. 고대에서 다시 받은 내시경 검사에서도 여전히 아밀로이드 반응은 양성이었고 진단은 피해갈 수 없었다. 남편은 그래도 혹시나 오진이길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것 같았지만 선생님은 결국 진단을 하셨고 그날부터 난치성 희귀질환 아밀로이드 환자로 산정특례도 등록이 되었다.

자, 

이제 문제는 이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어느 장기에 침착되어 있느냐를 찾는 것이었다.

주요 장기인 심장을 비롯해 전신 ct검사를 했고, 검사와 결과 확인을 위해 일주일 간격으로 1시간 거리의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런 의료파업에도 검사가 밀리지 않고 진행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했다. 

폐쪽에도 약간의 문제가 보였으나 아밀로이드 때문인지 확인하기에는 너무나 경미해서 우선은 추적 검사를 하기로 했고, 간이나 다른 장기도 크게 이상은 없어 추적 검사 일정을 예약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아밀로이드는 유전이나 뚜렷한 이유없이 발병하는 일차성과 류마티스나 다발성골수종을 동반한 이차성으로 나뉘는데 이차성 아밀로이드의 경우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혹시나 모를 다발성 골수종에 의한 발병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내과 검사도 함께 했다. 처음 검사를 하고 기다릴 때보다 사실 혈액내과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날이 가장 힘들었다. 혹시나 다발성 골수종을 동반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검색 결과를 보았기에 그 어느때보다 긴장했다.

병원에 다녀온 남편은 생각보다 침착했고, 그 이면에는 병에 관해 답답했던 시간들을 조금은 던져버릴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던 혈액내과 교수님의 친절이 있었기도 하다. 

몇 군데 병원을 찾아다니며 질병에 대해 들은바, 우리의 마음은 사실 병의 진단에 대한 충격도 크지만 그 질병을 어떻게 설명해 주는지, 질병을 어떻게 치료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의의 설명에도 크게 좌우된다. 남편의 경우도 그러했다. 혈액내과 교수님이 친절하게 질병을 설명해 주신 날에는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 보였지만, 나와 함께 갔던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 모 교수님의 웃음 띈 말 한마디에 그날은 둘 다 몹시 마음이 무거웠다. 많이 알려진 질환이 아니고 잘못하면 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해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하고 병원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큰 질병과 만나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병을 죽음의 공포로 느끼지 않고, 잘 이겨낼 파도쯤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그리고 따뜻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병을 이기고 치료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혈액내과 진료 후 우리는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류마티스 내과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류마티스쪽 질환이 있어도 아밀로이드증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길고 긴 여정인 것 같았다. 

파도에 몸을 실어야만 잘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파도에 휩쓸려 그만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매일 밤, 매일 새벽, 숨죽여 눈물로 기도했다. 병을 만나게 하신 이유를 알게 해달라고,

어떻게 이 파도를 넘어가야 할지 알려달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아밀로이드 진단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