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칠마루 May 15. 2024

5. 시험 치르다 경고등이 울리다니!

산업안전기사 필기

4월 중순 시험공부를 시작한 지 1달이 채 못 되어 시험 날이 다가왔습니다. 공부한 교재(직8딴 산업안전기사 필기)에서는 8일 동안 60시간 정도면 합격한다고 나왔는데 이건 저와는 관계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동안 순수 공부시간만 얼추 160시간 가까이 들었습니다. 건설이나 전기, 기계 등 생소한 분야가 많았고 또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외워야 했으니 그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보기를 읽으면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올라야 기억하기 쉬운데 이미지 대신 “이건 뭐지”라는 물음표가 뜨니 첫 회독부터 시험 치르기 전까지 책과 친해지려 노력해야 했습니다. 공부하다 막힐 때면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하루 4~5시간 정도 꾸준히 공부하다 시험 치르기 1주일 전부터 하루 8시간 이상 책을 봤습니다. 남들이 볼 땐 별 거 아닌 시험인데  떨어진다면 노력이 모자라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피곤하고 졸려도 참으며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그렇게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 내용을 다시 외울 때면 내 머리도 이젠 다 된 건가 자책하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1주를 보내고 시험 당일이 되었습니다.   


시험장 전경


시험은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날 오후 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 바로 퇴근하지 않고 회사 대기실에서 2시간 정도 공부를 더 하다 시험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시험장소는 00 고등학교인데 하필이면 리모델링 공사 중으로 차를 학교 안까지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주차할 자리를 찾아 주변을 헤맸고 12시 20분경 시험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50여 명의 수험생들이 그늘진 자리를 골라 여기저기에 앉아 레이저가 나올 듯한 눈빛으로 책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서둘러 그 자리에 합류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외워지지 않았던 것들, 그동안 공부하며 형광펜으로 표시해 놓았던 것들을 훑어봤습니다. 눈은 책을 보면서도 속으로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에 “이젠 외울 필요는 없어, 시험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말고 버텨주라”라고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치르는 CBT(Computer Based Test, 종이가 아닌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는 방식, 시험을 마치면 바로 합격, 불합격 결과를 알 수 있다)지만 그저 시대의 변화려니 여겼습니다. 어차피 흰색은 종이 대신 화면일 뿐이고 검은 것이 글씨인 건 예전과 같았습니다. 직8딴이라고 기출 10년 치를 모아 중복된 문제를 삭제 및 정리한 교재를 선택해서 공부했는데 과연 이 책을 고른 것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궁금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시험 문제 10번까지 푸는 동안 책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만 3개출제되었네요,  머릿속에서 비행기 안전벨트 착용 경고등처럼 경고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띵, 띵, 지금 실수하면 이 시험에서 떨어집니다. 집중해서 답을 고르세요.” 행여나 시험 직전에 봤던 것들이 모두 생각나지 않을까 봐 아리송한 문제는 pass, 아는 것만 서둘러 풀었습니다. 45분 만에 120문제를 다 풀었습니다.      


이젠 아리송해 넘긴 열댓 문제만 남았습니다. 책에서 보지 못한 문제가 서너 개, 계산식이 헷갈리는 문제 두 개, 나머지는 책에 나온 문제지만 보기 4개 중 2개가 변경되어 출제된 문제였습니다. 아쉬웠습니다. 15개 중에 절반만 맞아도 다행일 것 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해설까지 꼼꼼히 볼 것을, 문제와 답만 외우고 해설까지 외우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헷갈리는 문제였다면 답만 보지 말고 나머지 보기들도 모두 외울 것을 갑자기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으로는 이 문제를 풀지 못했으니 이젠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려야 했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게 맞는 말일까? 문제 보기의 미묘한 뉘앙스나 “모두, 반드시” 등의 오답으로 출제될 만한 낱말의 꼬투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습니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 답이 될 만한 것을 찾았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땐 과감하게 찍었습니다. “아, 이젠 모르겠다. 할 만큼 했다” 화면의 답안제출 버튼을 누르면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습니다(그 후 계산문제 연습용 종이를 감독관에게 제출하고 나가면 됩니다). 잠시 심호흡 후 답안 제출을 눌렀고 5초쯤 지나자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합격, 점수는 73.3으로 6과목 총점이 440점이었습니다. 1과목(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교육)과 2과목(인간공학 및 위험성 평가관리)만 60점을 맞았고 나머지 4과목(기계‧기구 및 설비 안전관리, 전기설비 안전관리, 화학설비 안전관리, 건설공사 안전관리)은 80점을 맞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공부할 때 허리가 아파도 참고 책을 봤는데 그동안 공부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라 뿌듯했습니다.   

   

문과 출신인 제 입장에서 이 시험에 대해 평가한다면 “배경지식 없이 60시간 만에 합격은 불가능하다, 최소 100시간 이상은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변형된 기출문제가 나오니 책을 완벽하게 외워야 나처럼 시험보다 불안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입니다. 아마도 제가 시험 관련 책을 낸다면 8일이 아닌 160시간 만에 합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젠 7월 말 실기시험(산업안전관리 실무-주관식, 1차는 필답형, 2차는 작업형이며 1주일의 간격을 두고 진행됩니다)을 준비해야 합니다. 실기시험 준비 내용은 다음 기회에 쓸게요,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4. 할까 말까 망설였던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