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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마음 바우처 신청

이런 제도가 있었다니!!!

by 거칠마루

몇 달 전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이름이 같습니다. ㅁㅁ 중학교, ㅁㅁ 초등학교라 학교 공지문자는 어느 학교에서 보내는지 출처도 보지 않고 확인하기 바빴습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마음 바우처 신청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있어 제 흥미를 끌어당겼습니다. 이건 뭘까? 신기하네 그런 생각을 갖고 읽어봤습니다. 바로 저희 아이처럼 마음이 아픈 아이를 위한 제도였습니다.


학생마음바우처 설명 자료-네이버


그런데 신청한다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원자를 1 유형부터 6 유형까지 세분화한 다음 순차적으로 지원대상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ADHD나 다른 병명으로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6 유형에 해당되는데 이건 교육청에서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상담선생님과 통화하며 좀 더 자세한 것을 물어봤습니다.


나 : 0학년 00 아빠입니다. 학생마음 바우처 때문에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상담선생님(이하 상담) : 아, 네, 00 아버님이시라고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아, 00는 제가 한 번도 상담한 적이 없는 아이네요. 아이가 지금 정신과 진료 중인가요?

나 : 네, 지금 병원 진료받으며 약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1주에 3시간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상담 : 아이고 부모님께서 고생이 많으시네요, 진단명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나 : ADHD, 불안, 청소년 우울증이고 상담센터에서 사회성 그룹 치료, 개인 심리와 인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담 : 모두 이 근처에서 진행하고 계신가요?

나 : 올 2학기부터는 이 근처로 병원과 상담센터를 옮겼습니다. 그전까지는 이사하기 전 다녔던 병원과 상담센터를 이용했고요

상담 : 공문을 보면 상담비는 1년에 200만 원, 진료비가 300만 원이고요, 지금 00은 6 유형에 해당되어서 학교장 추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가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거고요, 아버님은 상담내역서(금액과 상담내역이 있는), 약제비 납입 확인서, 진료비 납입 확인서, 진료비 세부 내역서, 영수증, 통장 사본, 카드 사용내역이나 카드 영수증이 필요합니다. 모두 준비하신 다음 제게 주시면 됩니다

나 : 언제까지 준비해서 제출할까요?

상담 : 지금 서류 내시면 두세 달 뒤에 다시 또 서류 내셔야 하니 두 번 일하는 셈입니다. 모든 서류 준비하셔서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이쪽으로 전화 주시고 서류 가져오시면 됩니다

나 : 그냥 지금 내면 안될까요? 혹시 예산 소진으로 서둘러 지원이 마감되지 않을까요?

상담 : 아, 얼마 전에 이쪽 지역은 아직 예산이 남아 있다는 교육청 연락이 와서 저희가 이번에 학부모님들께 학생마음 바우처 안내 공지한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나 : (일찍 준비해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건만...)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야 될 서류는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이사오기 전 살던 곳이 6~70km 떨어져 있어서 그쪽 병원과 상담센터에 전화하고 먼저 서류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도중 콘서타의 품귀로 인해 몇 달간 서울 쪽 대학병원 근처에서 약을 구했기에 다시 그쪽으로 가서 약제비 납입확인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글로는 몇 줄이지만 전화 후 병원, 약국, 상담센터에 들러 서류를 받으니 운전만 4시간에 꼬박 반나절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2달이 지나 11월 말이 되어 이사 와서 다니게 된 병원과 약국에서 관련 서류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받은 서류는 모두 핸드폰으로 촬영해 사진으로 저장해 놓았습니다.


모든 서류 준비가 끝나니 월말이라 학교가 바쁠 것 같아 일부러 12월 초까지 1주일을 기다리다 12월 2일 화요일에 학교 상담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상담 선생님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휴가 중이었습니다. 전화를 대신 받았던 선생님은 제 얘기를 들으시더니 상담선생님께 연락드린 후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황당했습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연락하라는 말에 일부러 기다렸는데 본인은 휴가를 갔다고??? 그럴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던가요? 별의별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기다렸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학생마음 바우처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모든 지원절차가 마감되며 내일 학교로 나오실 수 있다면 휴가 중인 상담선생님이 학교로 출근해 업무처리를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화한 선생님 말씀으로는 상담선생님이 저와 통화했던 기억이 생각나 휴가 중이지만 일부러 학교로 나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다음날 또 다른 학부모가 신청 서류를 가져올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학교 상담실로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찾아갔습니다. 서류만 스무 장이 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서류를 꺼내며 상담선생님께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이사오기 전 병원, 약국, 상담센터 서류와 이사 온 후 새로운 병원, 약국, 상담센터 서류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현재 상황과 의사 선생님이 진료 중 알려주신 내용, 작년에 겪었던 아이의 아픔 등에 대해 선생님과 얘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선생님이 작성하는 추천 서류에 선생님의 의견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 아이의 상황을 제대로 아셔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제 말을 들으시더니 부모님 두 분 모두 아이에게 지극 정성을 쏟으셨다며 오히려 위로해 주셨습니다. 아이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받을 수 있게 아이의 상황을 자세하게 쓸 예정이니 너무 걱정 말라는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학생마음 바우처 관련 신청은 제 손을 떠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교육청의 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어느 부모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희 부부와 큰 아이는 몇 년에 걸친 여러 상황에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부에서 이런 지원을 해준다니 마치 마라톤에서 중간 보급소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담, 병원 진료, 약값만 해도 올해만 대략 7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모두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이왕이면 저희 아이 차례까지 오길 기도했습니다. 적어도 아이가 20살 될 때까지는 이 마라톤을 계속해야 하니까요.... 그저 오늘도 아이와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할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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