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제선 Jan 23. 2020

하얀색 운동화 수페르가

지금은 이웃 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가기 힘든 곳이 된 신발 가게에서 5년 전에 처음 만났다. 주로 신던 컨버스와는 질감이 달랐고, 눈에 띄는 장식 없이 단순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친구를 처음 봤을 때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신혼여행은 이탈리아로 가기로 정했을 때였다. 이탈리아 브랜드여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별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면서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결혼을 먼저 하고 신혼여행도 유럽으로 먼저 다녀온 동생에게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죽도록 걸어야 할 것’이라며 ‘힘들어도 절대로 화를 내지 말라’고 답해줬다. 충고나 응원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힘들 것이라는 응원과 충고를 해준 걸 보니 힘들어서 신혼여행에서 화를 냈나 보다. 동생 말대로 죽도록 걷다가 맥주 마시고, 죽도록 걷다가 맥주 마시고, 죽도록 걷다가 저녁 먹고, 죽도록 걷다가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곯아떨어지는 강행군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신발이라는 사실을 여행 첫날에 알았다. 

그래도 어쨌든 매년 봄에 한 켤레를 사서 늦가을까지 주구장창 신는다. 올해는 날이 덜 추워서인지 겨울에도 계속 신고 다닌다. 청바지에도 면바지에도 슬랙스에도 모두 잘 어울린다. 지금 봐도 예쁘다. 


#하루에_다섯_줄_쓰기 #ricoh #GR3 #28mm #2020년_1월_22일

매거진의 이전글 원목 싱크대 상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