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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y 11. 2022

연화아파트 정문의 등은 밤에 불이 들어올까?

30분 1글 #5

  “저 아파트의 정문 등은 밤에 불이 들어올까?” 연희동에 있는 연화아파트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여년째 왔다갔다 하는 연희동 거리. 연희 삼거리의 한 모서리에 연화 아파트가 있다. 희여멀건한 콘크리트 덩어리이기에 평소처럼 여기 뭐가 있구나...하고 지나쳤을 건물이지만 유심히 바라본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아파트의 표준이 되었지만 연화아파트는 5층이라는 저층에 서너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동들은 따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하나로 붙어 있고 길가에 위치한 동의 1층에는 가게들이 들어와 있다. 옷가게, 동물병원, 미용실, 부동산... 나름 주상복합인 건물에는 지하도 있다. 즉, 지하에도 상점들이 있다. 하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방공 대피 시설을 가리키는 표지판이다. 마치 전쟁이 나도 이 건물 안에만 있다면 생활의 상당 부분을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요즘 나오는 좀비물에 등장하는 오래된 아파트를 떠올릴 때, 창작자들이 참고할만한 그런 곳이다.


  작은 아파트의 주변에는 담장이 둘러져 있다. 담장의 높이는 절대 낮은 편은 아니다. 성인 남자 키를 웃도는 높이지만 배타적이라는 느낌은 안든다. 세월의 힘일까, 그게 아니면 ‘연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보라 색으로 칠해진 아파트의 외벽 때문일까. 이름처럼 연꽃은 없지만 대신에 감나무 하나가 크게 입구 옆에 있고 입구의 반대편 벽을 따라서는 장미꽃들이 심어져 있다. 5월을 맞아 장미꽃들이 빨간색 꽃을 움트고 있다. 꽃이 주렁주렁 피어나지는 않았지만 수줍게 피어있는 모습마저 그 아파트의 일부인 듯하다. 


  평일 오후 다섯시에서 저녁 여섯시 사이. 연화아파트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여중생 한 사람이 서성인다. 건물과 외벽 사이 마당에는 차들이 있다. 그 차들 안 쪽의 마당을 서성인다. 


  잠시 후에는 어떤 부자가 나온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법한 키를 가진 남자아이를 아버지가 데리고 나온다. 


  발코니나 테라스가 없어서 집집마다 어떤 사정이 있는 지 훤히 보이진 않는다. 아마 밤이 되면 더 잘보일 그런 집. 하지만 방공 대피시설의 낡은 글씨체와 빛바랜 경고 문구가 말해주듯이 고즈넉한 연희동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그런 곳이 바로 연화아파트다. 밤이 되면, 아파트 정문 위에 반달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철제 구조물 가운데에 있는 작은 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지친 누군가의 발걸음을 달래줄 듯한 그런 포근함이 있는 아파트, 연화다.  

    


- 작은새의 피드백(같은 소재의 작은새의 글 링크 https://brunch.co.kr/@4eeeac81451f407/30)

제목과 본문 내용의 괴리감이 너무 아쉽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연화아파트의 풍경에 시선이 가는 글이어서 제목이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다시 쓰게 된다면 제목에 나타난 문제의식에만 집중해보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전체적인 본문의 묘사보다도 제목이 주는 느낌이 더 좋은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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