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의 범용성에 눈을 뜬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언니의 권유로 세제를 베이킹 소다, 구연산, 과탄산 소다 이 셋의 조합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초도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었다. '쓸 수 있었다' 라고 표현을 한 것은, 그만큼 생각의 틀을 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식탁이나 요리할 때 조금 넣던 식초, 어쩌다 초절임을 만들 때 좀 많이 쓰던 식용으로만 알고 있던 식초가 갑자기 집에서 이리저리 부름을 받는 스타가 되었다.
채소 과일 씻을 때 몇 방울
이런저런 세척과 소독에 구연산 대신 베이킹 소다와 함께 쓸 때 적정량
머리 감고 나서 마지막 헹구는 물에 몇 방울
하루에도 몇 방울 꼭 사용하는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식초는 먹는 것에서 청소와 소독, 헹굼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것으로 우리 집에서 재서술되었다. 그러니 1년에 한 병 겨우 쓰던 녀석에서 몇 개월로 주기가 짧아졌고,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한살림에는 농축된 액상 세제가 나온다. 액상 세제는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농축'의 개념이 떠올랐다. 농축은 희석해서 사용하면 되니, 그 농축으로 인해 무게와 부피가 줄어 플라스틱 용기 사용과 운반할 때 드는 품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농축한 만큼 줄일 수 있다. 새로 구입하러 가거나 주문하는 성가심도 준다.
그래. 이거다. 농축 식초를 찾아봤다.
식초 구입 기준은 두 가지.
1. 농축
2. 플라스틱을 최소화
3. 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고가의 자연발효식초 대신 양조식초
동네 마트에 3배 식초가 있어 사용했는데 3배여서 대략 1/2~1/3만 썼다. 900미리로 제법 오랫동안 사용했다.
이 식초를 2병 사용하고 나니, 좀 더 큰 용량을 구입하면 플라스틱이 그만큼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2배 식초 1.5 리터 용량의 이 녀석이다. 3배 식초 대용량은 찾기 어려웠다.
손잡이가 없어 합격.
이 병 디자인 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다. 약간의 굴곡을 이용해 재활용도 분리도 잘 안 되는 플라스틱 손잡이를 대체했다. 스마트 디자인! 박수!!
손잡이만큼의 재활용 어려운 플라스틱의 양을 줄였다. 이 병 디자인 한 분에게 박수.
더 큰 용량도 있었는데 업소용으로 플라스틱이 너무 두꺼워서 일단은 이 녀석으로 선택했다. 2배 농축이어서 이리저리 써도 최소 서너 개월은 쓴다. 유리병에 똑딱이 마개로 덜어 쓰고 있다.
다 써서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라벨이 피하고 싶은 'OTHER'이다.
라벨 제거 후 분리배출은 우리 시대의 상식.
OTHER는 재활용이 어려워 자원순환업체에 고스란히 쓰레기 비용을 부담시키는 존재이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태우면 암유발 물질이 나오고, 땅에 묻으면 천 년을 가면서 땅을 오염시키고, 바다에 흘러 나가면 햇빛에 산산히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내가 먹을 해산물에 그대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