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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mie 제이미로그 Mar 20. 2022

그냥 좋아하는 거 하면 안 될까?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회에서 다시 만난 나의 소중한 취향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좀 부담스럽다면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꽃, 좋아하는 향수, 좋아하는 장소 등 이렇게 '좋아하는' 뒤에 명사를 붙이는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나의 취향은 다양하다. 화려한 색감이나 세련된 분위기의 물건이나 장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드는 자연이나 일상생활 풍경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는 모호하다, 특정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때에 따라서 선호하는 것이 달라진다. 서로 다른 취향으로 나는 행복의 균형을 얻는다. 


작년에 간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회에서는 자연 속 뉴욕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 자연과 세련함을 좋아하는 나의 상반된 취향을 그대로 저격하였다. 전시 포스터에서부터 빛과 물, 바람이 어우러져 청량함과 평화로운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적인 순간(2021) 뒷모습은 작가 본인이다.

전시회 섹션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1. 빛과 그림자 

- 1960년대부터 1978년까지 제작된 작가의 초기작으로 건물에 묘사된 빛의 흐름을 좇는다. 


2. 집으로의 초대

- 1979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작가가 집중적으로 탐구했던 주택을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의 시선이 건물 밖에서 주택으로 옮겨져 현관이나 창문 등과 같은 안과 밖의 경계에 쏟아지는 빛을 

  묘사했다.


3. 여름 바람

- 2000년대부터 그려온 대표작들로 작가는 우연히 친구 집에서 보았던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섹션이었고 '느지막이 부는 바람(2012)' , 땅과 바다의 경계 너머(2011)', 차오

  르는 빛(2021)' 이 가장 좋았다. 


차오르는 빛(2021)

작가는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으로부터 실내로 옮겨온 시선을 옮겨, 반투명 커튼을 창문에 걸어보며 가상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바다 위로 반짝이는 윤슬을 세밀하고 섬세한 붓감으로 표현하여 마치 내가 풍경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여름은 덥고 습하다는 인식을 가진 나에게 사실 여름은 맑고 청량한 풍경을 가진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생각을 가져오게 만든 작품이었다. 


4. 이탈리아의 정취 

- 2015년부터 작가는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붉고 강렬한 색감과 파스텔의 부드러운 질감으로 이탈리아의 

  정열과 고전적인 풍경을 동시에 담아내었다. 


등나무가 있는 안뜰(2019)


작가는 세밀하고 섬세한 붓터치로 극사실주의 형식이지만, 한편으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맑고 편안한 느낌을

가득 받을 수 있도록 밝은 파스텔 톤의 그림을 그렸다. 뉴욕하면, 고층의 마천루로 가득한, 복잡하고 바쁜 풍경을 떠올리지만, 작가는 뉴욕의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을 담아 내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코로나로 오랫동안 억눌렸던 나의 여행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뉴욕에 간 적은 없지만,(올해 9월에 꼭 갈 예정이다.) 미디어를 통해 본 뉴욕의 풍경과 작가가 담은 뉴욕의 풍경을 동시에 상상하며 잠시나마 간접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http://mw.genie.co.kr/detail/recommendInfo?plmSeq=11749

또한, 지니뮤직에서 전시회와 어울리는 Playlist를 추천해주어 전시회 관람이 끝난 후에도 여운을 이어갔다. 


전시회 그림 모두 전부 내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반짝이는 빛에 투영된 구름과 바다, 따뜻한 색감의 건물들, 파스텔 톤의 풍경들은 내가 유럽 여행 시 느꼈던 아름답고 세련된 느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파리 튈르리 공원의 벤치 한가운데에 비췄던 따스한 햇살,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의 모던한 느낌의 조각들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다시금 아름다운 자극을 주었다. 삼성역에 있는 전시회가 아닌 뉴욕과 유럽의 풍경을 보고 있는 착각을 가져왔다. 나는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사랑한다. 이렇게 내 안에 있는 순수함과 열정을 다시 가져온다. 


자꾸만 나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었다. 30대가 되면서, 전보다는 더 갖춰져야 한다.(그게 무엇이든)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나를 지배했다. 남들 보다 성과를 내야 하고, 남들이 하는 것들은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 1분 1초도 쉬지 않고 자기개발이나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수록 오히려 조급해지지만, 행동하지 않는 나를 보았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이 진정한 나를 만들어간다. 나의 그대로를 사랑하고 나만의 방향대로 나를 흘러가게 두는 것.


그게 바로 나의 취향 아닐까? 



#취향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나만의 방향대로 두기 #나만의 가치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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