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태어나서 일정 시기가 되면 영유아 검진을 받는다.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고 개월 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시간. 2020년에 태어난 나의 아이는 6개월에 첫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너무나 기다려지던 순간이었다.
나의 아이는 상위권이었다. 아이의 성과를 나의 성취로 삼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막상 상위권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도 기뻤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성장이 빠르다고 했고, 이가 빨리 난 것도 성장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가족들에게 자랑했다. 친구들이 아기가 크다고 하면 우리 아기는 상위 몇 퍼센트야^^라고 으스댔다.
두 번째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 살짝 떨렸다. 첫 번째 영유아 검진 문진표를 작성할 때보다 더 많은 항목에 답변하며, 혹시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느리진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병원에선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몸무게가 94백분위였던 첫 번째 영유아 검진과는 달리, 두 번째 영유아 검진에서는 69백분위로 나왔다. 키는 93백분위였는데 54백분위가 되었다. 그렇다. 또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키 큰 아기에서 평균의 아기가 된 것이다. 잘 먹였는데 혹시나 내가 잘 챙겨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시판 이유식을 해서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별말이 없었는데, 그 순간 나 혼자 안절부절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결과에 휩쓸리던 나를 반성했다. 아기 때 키가 크다고 해서 성인이 돼서까지 키가 큰 것도 아닌데, 키가 크면 좋겠지만 그게 다가 아닌데, 왜 나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에 집착했을까?
그건 아이의 몸무게가 엄마의 성적표처럼 느껴져서였다. 당신은 당신의 아기를 이만큼의 몸무게와 키로 키웠습니다. 이런 느낌? 평소에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아이의 성장을 성적표처럼 한 장짜리 결과지로 받아보니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당신의 아기는 상위 몇 퍼센트 입니다, 혹은 하위 몇 퍼센트입니다 라는 수치. 그 수치에 휘둘리는 걸 보니, 지금은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성적표를 받아오면 무척 신경 쓰일 것 같다. 아이의 성과를 나의 성취로 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아닌 나의 성취로 만족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