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육아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a Sep 14. 2021

아기의 몸무게가 엄마의 성적표로느껴질때


 아기는 태어나서 일정 시기가 되면 영유아 검진을 받는다.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고 개월 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시간. 2020년에 태어난 나의 아이는 6개월에 첫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너무나 기다려지던 순간이었다.

 나의 아이는 상위권이었다. 아이의 성과를 나의 성취로 삼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막상 상위권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도 기뻤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성장이 빠르다고 했고, 이가 빨리 난 것도 성장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가족들에게 자랑했다. 친구들이 아기가 크다고 하면 우리 아기는 상위 몇 퍼센트야^^라고 으스댔다.

 두 번째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 살짝 떨렸다. 첫 번째 영유아 검진 문진표를 작성할 때보다 더 많은 항목에 답변하며, 혹시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느리진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병원에선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몸무게가 94백분위였던 첫 번째 영유아 검진과는 달리, 두 번째 영유아 검진에서는 69백분위로 나왔다. 키는 93백분위였는데 54백분위가 되었다. 그렇다. 또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키 큰 아기에서 평균의 아기가 된 것이다. 잘 먹였는데 혹시나 내가 잘 챙겨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시판 이유식을 해서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별말이 없었는데, 그 순간 나 혼자 안절부절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결과에 휩쓸리던 나를 반성했다. 아기 때 키가 크다고 해서 성인이 돼서까지 키가 큰 것도 아닌데, 키가 크면 좋겠지만 그게 다가 아닌데, 왜 나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에 집착했을까?

 그건 아이의 몸무게가 엄마의 성적표처럼 느껴져서였다. 당신은 당신의 아기를 이만큼의 몸무게와 키로 키웠습니다. 이런 느낌? 평소에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아이의 성장을 성적표처럼 한 장짜리 결과지로 받아보니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당신의 아기는 상위 몇 퍼센트 입니다, 혹은 하위 몇 퍼센트입니다 라는 수치. 그 수치에 휘둘리는 걸 보니, 지금은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성적표를 받아오면 무척 신경 쓰일 것 같다. 아이의 성과를 나의 성취로 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아닌 나의 성취로 만족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네가 평균이어도, 미달이어도 널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