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서재가 필요해
밤 9시 반, 아이는 남편과 자고, 나는 설거지를 모두 끝마친 시간. 종일 엄마와 주부로 살다가 모두 다 내려놓고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다. 피곤함에 누우려다 노트북을 켜기로 한다. 노트북을 켜려다가 더러운 거실이 눈에 띈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크고 작은 장난감.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깨끗할 것 같은데... 나는 정리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자기 전까지 내게 남은 시간은 두시간 남짓. 운동하는 날이면 그 두시간은 반으로 잘려 한 시간으로 줄어든다. 거실은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질 테니까, 남은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컴퓨터방으로 들어가서 게임을 하는 남편의 그 공간이 부럽다. 내게도 서재가 필요하다. 어수선한 거실과 부엌이 보이는 식탁이 아닌, 음악을 켜면 아이에게 들릴까 봐 이어폰을 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조용하고 자유로운 나만의 공간.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