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part 1 _ 제2화
내 첫 번째 몰입의 경험은 지금도 신기하다고 여길 만큼 신기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질문에 질문을 더 해 그 끝에 답을 얻으면 그 순간 마치 내 뇌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가져다준 그런 느낌이었다. 이 순간을 경험하고 난 후부터는 나는 급격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바뀌게 되었다.
나는 평소 업무 중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지인이나 전문가라 부르는 경력 있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가며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첫 번째 몰입을 한 후부터는 스스로 질문을 하나씩 던지며 시뮬레이션 하 듯 관찰하고 오류가 있으면 다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적중률을 높였다. 이런 행동을 나는 자문자답이라고 했다.
[사건의 배경]
30살의 나는 쇼호스트 학원 실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사를 한 상태였다. 이 시기에 평소 알고 지내던 성우 형이 목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학원 시작부터 도와달라는 제안도 함께 이야기했다.
[사건의 시작]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학원이 과거 내가 일했던 학원가 목소리 훈련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목소리 특화라는 차별점,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형의 제안이 내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학원 준비를 해 나아갔다. 커리큘럼을 정비하고 학원 모집에 열을 올렸다.
드디어 새롭게 수강생이 들어오고 외부 강사들이 와서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가 시작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일했던 쇼호스트 학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방법으로 목소리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우선 강사는 방송진행자가 아닌 뮤지컬, 성악, 성우, 연기 분야의 경험자이자 강사들이었다. 내가 처음 겪어보는 분야였던 것이다.
방송 진행을 기반으로 하는 내가 있던 학원에서는 주로 서서 목소리 훈련을 했고 그중에서도 발성연습 시 배를 튕기 듯 스타카토로 끊어서 또는 길게 빼며 연습했다. 좀 더 강도 있게 할 때는 벽에 붙어서 하거나 숙여서 연습을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훈련 방법이 있었지만 맥락상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뉴스나 사설을 리딩 할 때 평소보다 3배 내외 정도 크기로 끊어서 리딩을 했다.
이 생각으로 첫 수업을 확인 한 나는 처음 보는 훈련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 우선 서서하지 않고 바닥에 매트를 깔고 수강생들이 스트레칭과 함께 몸을 뒹굴고 있었다. 신발도 벗은 상태였고 복장도 트레이닝 복장이었다. 사전에 운동복을 가져오라고 이야기는 했었지만 그때는 왜 가져오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관경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에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수업 중에 본 장면을 학원장이자 형에게 논의하고자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형은 강사들이 잘하고 있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앞으로의 수업도 잘 운영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다음 날에 형의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형의 수업도 참여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형은 한발 더 나아가 기타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서는 시작부터 노래로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노래만큼 발성연습에 좋은 게 없다면서 1시간가량 노래를 부르고 그다음은 상황극을 하기 시작했다. 30초간 실제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의 소리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 모습은 나에게 더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평소 쇼호스트, 아나운서, 리포터 등 방송 진행 훈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 경험에서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방법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로도 많은 강사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뭔가 풀리지 않는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원장 형에게 적극적으로 학원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강사들의 진행하는 방식은 유사해 보였고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내가 겪은 느낌은 아주 이상하고 또 어색했으며 이질감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강사들은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이상할리가 전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생각하나 가 머릿속에서 떠 올랐다.
"여기서 진행하는 목소리 훈련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니면, 내가 무언가 중요한 걸 빼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각과 동시에 무너지다]
갑작스러운 생각에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나는 생각을 다시 붙잡고 다시 생각해 봤다. 성우 출신의 학원장, 뮤지컬, 성악 등의 분야는 전문분야이다. 아나운서, 쇼호스트, 리포터 등 진행자 분야도 전문적인 영역이다. 크게 양쪽 분야는 똑같이 목소리 훈련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양쪽 분야는 달라 보여도 사실 같은 목소리 훈련을 한다. 이 사이에는 양쪽 분야를 연결하는 공통의 분모가 있을 텐데 내가 이 공통의 분모를 빼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생각하나 가 스쳤다.
"만약 내가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먹고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나는 목소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생각은 마치 지금의 나를 대변하 듯 딱 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생각을 나와 동일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생각이 내가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나는 나를 지탱하던 그동안의 경험들과 생각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단순히 은유적 표현이 아닌 실제로 무너지는 느낌이 내 감각에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분야에서 스스로 전문가라는 마음으로 일을 해왔다는 생각이 부끄러웠다.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수강생에게 제공하던 목소리 스터디도 종료했다. 목소리를 포함 방송 진행과 관련된 질문을 누군가 하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주일이 넘어갈 때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학창 시절은 야간 공업고등학교 출신이었고, 수능점수는 400점 만점 중 106점을 맞았던 꿈도 미래도 없는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이제 내 나름의 분야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대로 주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무너진 마음을 다시 재정비하고 내가 빼먹고 있었던 그 퍼즐 같은 미지의 무언가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것만 알면 다시 나를 세울 수 있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이 이후로 나는 퍼즐 조각을 찾기 위해 주변 지인에게 묻고, 분야 별 전문가에게도 묻고, 방송하는 친구들에게도 물었다. 내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시도를 해 보았다. 내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내 질문이 이상했는지 내가 묻는 질문을 이해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또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평소 잘 가지 않던 도서관에 가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피치, 연극, 보이스 관련 서적을 보다가 목소리는 소리라는 생각에 소리와 관련된 책도 찾아보았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범주를 좀 더 벗어나서 생각해 보았다. 파장, 파동, 물리학, 인체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신체를 기반으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다녔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그 퍼즐 같은 무언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역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빼먹고 있다는 그 미지의 퍼즐은 한 달 가까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대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멍하니 방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뭘까"
"목소리의 특징은 뭐지?"
"목소리는 파장이지~"
"그럼 파장은 뭐지, 또 파장은 어떻게 만들어지지?"
"소리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 거지?"
"작은 새가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개구리는 어떻게 그 작은 몸 크기로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거지"
그동안의 목마름 때문이었는지 머릿속의 질문들이 쏟아질 듯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질문은 질문을 파고들었고 1시간, 3시간, 10시간,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생각에 생각이 더해졌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났고 도무지 멈춰지지 않는 생각들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내가 잠에 들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식은 선명했다. 내 앞에는 물가가 있었고 내 앞에는 조약돌들이 있었다. 무심결에 돌을 물가에 던졌다. 돌을 던진 연못에는 파장이 퍼져 나갔다. 그 모습을 나는 지켜보면서 무심결에 옆을 쳐다보았다. 사슴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나는 사슴에게 다가가 소리를 한번 들려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자 이번에는 날아가면서 느껴지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땅에 도착하자 개구리가 울고 있었고 귀뚜라미도 울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 모든 존재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후로도 이 생생한 꿈은 마치 이어져 있는 듯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잠을 자기 전의 생각이 꿈을 꿀 때도 이어져 있고 잠에서 깨어 나서도 이 생각은 계속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꿈과 현실이 연결되고 또 경계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생각이 하나처럼 연결되는 경험]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 까, 나는 내 몸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받고 안 되겠다는 마음에 가볍게 조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에 산책길이 잘 다듬어져 있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나가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하늘은 맑아서 걷는 내내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최대한 생각 없이 가볍게 길을 걸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었을 때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이며 순식간에 그 퍼즐 같은 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알고 싶어 하면서 찾아본 정보들과 내 그동안의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고 마지막에는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내 생각 전체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궁금했던 미지의 영역 같았던 퍼즐의 이름은 바로 '중력"
[술술 풀리는 생각들]
나는 막 생각 난 중력이란 퍼즐로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를 풀어보았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 술술 풀려나갔다.
목소리 훈련에 대해 정리해 보면 기본적으로 목소리를 생각할 때는 목소리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우리 몸이 중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 자체는 횡격막 근육을 움직여 소리를 아래에서 위로 처내는 근육운동인데 이 근육운동은 공기에 파동을 일으키고 이 파동이 성대에 닿으면 소리로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얼굴에서 공명이란 기능을 통해 더욱 크게 볼륨이 커지게 된다. 목소리 훈련은 횡격막 근육운동과 공명 지점까지 연결하는 의식 하지 훈련이자 육체 트레이닝이다. 공명 지점은 고정시키고 배이 근육 힘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훈련이 기본적인 목소리 훈련이다.
그리고 내가 궁금했던 맥락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누울 때, 숙일 때, 서 있을 때, 중력을 받는 상태가 다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중력이 받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력은 사람이 서 있을 때는 수직으로 받지만, 누워있을 때는 수평으로 받는다. 그래서 자세에 따라 중력의 힘이 몸에 주는 영향은 다르다. 그래서 누워서, 숙여서, 서서 목소리 훈련하는 것은 중력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내가 있었던 방송 진행 교육학원은 서서 또는 숙여서였고 성악, 성우, 배우, 뮤지컬 강사들은 주로 누워서 트레이닝을 시켰다. 중력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누워서 트레이닝시키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으로 내 궁금증은 해결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풀리는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기반으로 그 자리에서 자세한 가지를 만들어서 바로 훈련을 해 봤다. 그 결과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훈련을 하기 전과 훈련을 하고 난 후 목소리가 확실히 바뀌는 경험을 한 것이다. 한 번을 해도 방법을 알고 집중해서 하니 목소리가 확 바뀔 수 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보통 목소리는 몇 달에서 몇 년은 해도 바뀌기 쉽지 않았는데 이 점을 다시 생각해 보니 사실 목소리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을 해보지 않은 내 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방법을 찾아냈으니 대견하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학원에 가서 수강생들에게 내가 만든 따끈따끈한 방법을 적용해 봤다. 그러자 역시나 결과는 놀라웠다. 그리고 수강생들도 놀라워했다. 같이 훈련한 수강생은 즉각적으로 목소리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왜 이제야 알려주는 거냐며 방법을 다시 알려달라고 졸랐다.
나는 학원에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봤다. 왜지 모를 뿌듯함과 내가 뭔가 발견한 것 같다는 느낌이 왠지 모를 설렘도 만들었다. 나는 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느껴졌다.
이 짜릿한 경험이 바로 내 인생의 첫 몰입에 대한 사건이자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