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그리스도의 만남으로 보는 '시작'
밤이 맞도록 수고했으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 베드로와 그리스도의 결정적 만남이 그려진다.
어느 날 갈릴리 호숫가를 거닐다, 간밤 조업을 접고 그물을 씻던 베드로의 '빈 배'에 오른 젊은 그리스도.
모든 상황을 알기라도 한 듯,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베테랑 어부 베드로에겐 기가 찰 일이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물을 내리는 베드로의 마음속엔 야유와 조롱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은가? 물길을 알고, 수심을 알고, 고기를 알고, 그물질에 이골 난 그다.
이윽고, 베드로와 일행이 갈릴리 깊은 바다에 이르렀다. 바다 위로 내려앉은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2천 년 전 두 사람의 조우가 마치 어제인 것처럼, 베드로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말씀은 역사라기보다는 실제며 실체라서 일까, 이리 생생하다.
기대 반, 염려 반으로 베드로가 그물을 올린다.
그의 손에 전해오는 감각이 흠칫하다.
이런 제길, 손맛이 어김없다. 그물이 찢어질 것만 같다.
급히 근처의 배를 불러 함께 나누니 이내 가득 찬다.
배가 물에 잠길만큼...
베드로가 그리스도 앞에 납작 엎드린다. 방금 전까지 모든 상황을 시답지 않게 여기던 오만의 죄인임을 고백한다.
베드로 및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란다. 그 길로 베드로는 목숨 같던 배를 버리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된다.
인생은 성공과 안락이 뒤 섞여 있다. 베드로의 빈 배는 인생의 단면이다.
삶이 곤궁할 때, 실패가 엄습할 때, 갈증으로 목마를 때와 같이 우리는 몹시도 지난한 순간들을 살아간다.
2000년 전, 그리스도는 베드로의 빈 배에 올라, 말씀부터 채우셨다. 그리고 깊은 곳으로, 정확히는 고기라는 물질적 삶 너머로 그를 인도하셨다.
오늘도, 우리는 일상의 고기잡이를 나선다. 시작에 앞서 무엇을 먼저 채워야 할까? 베드로의 이야기가 오늘 아침 빈 마음을 채우는 양식이 된다.
8:3 너를 낮추시며 너로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열조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너로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명기 8장 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