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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리 May 15. 2022

퇴사 후 2주일

자기 반성 시간 

약 7년 가까이 쉼 없이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만 살아왔던 내게 공백기가 생겼다. 앞으로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채 퇴사 이후 15일이 지났다. 5일 정도는 여행을 다녀오면서 알차게 보냈으나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은 꼬박 나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갇혀있다. 아무도 나를 강제하는 것 없는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여 나는 폐인의 삶을 시작했다. 12시면 졸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잠들었던 과거와 달리 새벽 2시까지 넷플릭스를 보는가 하면 오후 12시 너머서까지 잠을 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하루를 보내며 스스로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과거가 너무 먼 옛날 일만 같다고나 할까. 도대체 난 왜 시간이 항상 부족했을까. 지금은 시간이 주어져도 아무것도 못하는데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투잡, 사업, 투자 등 어떤 다른 것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결국에는 끝까지 제대로 해낸 것이 없이 시작만 했었다. 그런데 왜 막상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고 생각했던 때와 달리 지금도 아무것도 못하는 것일까. 


성공하는 방법, 창업에 관한 책, 유튜브를 그렇게 보면서 나는 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일까. 고민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파고들을 용기는 없는 것이다. 자기 계발 책을 보며 잠깐 설레다가 또, 잘 시간이 되면 늘 그렇듯이 잠들고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새로운 하루에도 변화된 나는 없고, 똑같이 성공하는 방법을 그저 읽고 있는 똑같은 내가 똑같은 하루를 그저 보내고 있다. 책 한 권 읽으면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라는 작은 안도감을 느끼고, 그저 나는 노력을 시도했음을 방패 삼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내가 게으른 나를 다스리는 방법이다. 게으른 내가 각성하고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나를 몰아넣을 계획이다. 고작 2주가 지났지만 소중한 내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 지겨운 백수의 삶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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