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과 나에게 도전합니다.
거의 3주 가까이 공백기를 지나 내일부터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커리어에서 큰 방향을 바꾼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게 되었다.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패션 관련 일만 10년 가까이 해온 내가 패션업계를 떠나 새로운 분야에서도 이커머스 리더로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이 사실 패션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또한 패션이기에 이번 결정은 신중했어야 했다. 예전 같으면 '스타트업'과 '생활용품'이라는 분야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바로 난색을 표했을 것이 확실한데 이번만큼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위로 올라가는 것과 매일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매일이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수월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만은 아니고 정치, 타 부서와의 관계, 상사와의 신뢰 등 많은 것들이 일을 잘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중요하다. 조직 문화에서 일 잘러는 그저 부수적일 뿐,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에 대해 내공이 쌓이지 않은 내게 쏟아지는 화살들을 방어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그냥 나 때문이지 받아들이게 되면 쉬운 표적이 되고 남 탓을 하게 되면 그 또한 비겁한 패배자가 된다. 그것이 바로 회사 생활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내가 회사 생활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늘 꿈꿨던 사업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보았으나 창업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직도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무조건 실행하고 보는 내 성격상 시작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다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정말 내가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무것도 없는 상황? 에 가까운 스타트업에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를 알아보며 실제로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을 밟아보려 한다.
그리고 내 비즈니스인 것처럼 이 회사를 키워서 소위 대박 나는 과정을 통해 지분을 얻고 그 지분을 통해 내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할 만한 자본금을 얻을 수 있다면 패션 이커머스 리더로서 성장하는 커리어를 잠시 접어두고 도전할 만한 명분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4살이면 적지 않은 나이고 늘 마음에 담고 있었던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 물론, 사업이야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없어지기 전에 성공하여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이었다. 때문에 이것이 나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온전히 집중할 계획이다.
모든 것이 경험이고 그 경험 안에서 배울 점들을 내 안에 깊이 내재시키는 것, 잘못된 방향은 다시는 가지 않도록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회사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꼭 잊지 않을 것이다. 3주 동안의 휴식은 뒤로 하고 앞으로 쉼 없이 다시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