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이상과 행동습관
오우크쇼트에 의하면, 도덕적 삶 또는 형식은 두 가지 추상적 극단을 갖는다. 첫 번째 형식의 도덕적 삶은 정서와 행동의 습관을 말하며, 이것은 습관적으로 모종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도덕교육으로부터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도덕적 삶은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융통성을 가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두 번째 형식의 도덕적 삶은 행동습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준거의 사변적 적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도덕적 삶의 형식은 도덕적 이상의 의식적 추구와 도덕규칙의 반성적 준수의 두 가지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두 번째 도덕적 삶을 위한 교육은 반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이상을 관찰하고 실천하는 것을 넘어서는 교육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념적 두 가지 극단들은 결합해서 하나의 극단이 우세한 혼합된 도덕적 삶의 형식을 이룰 수 있다. 오우크쇼트에 따르면 도덕적 행동습관이 우세한 경우, 도덕적 이념의 교육에 의해 비판하는 능력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도덕적 이념이 우세한 방식으로 혼합되었을 경우에는 도덕적 습관이 도덕적 이념이나 이상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도덕적 습관은 해체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우크쇼트는 도덕적 이상에 대한 추구보다는 도덕적 행동의 습관화를 강조한다.
한편 오우크쇼트는 바벨탑을 세움으로써 신과 동등해지려고 하는 것이 일직선으로 완전성을 추구하는 행위와 같다고 이야기 한다. 필자는 바벨탑을 쌓는 것이 도덕에서의 절대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도덕적 이상의 의식적 추구가 갖는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도덕적 행동의 습관화를 강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오우크쇼트의 주장과 반대로 도덕적 행동의 습관화보다는 도덕적 이상에 대한 추구가 더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덕적 이상이 도덕적 습관을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습관의 해체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도덕적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도덕적 행동을 습관화 하는 것보다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한편 오우크쇼트는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완전성을 기준으로 하여 폐쇄적이고 엄격하기 때문에 변화에 무감각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도덕적 행동습관만큼 폐쇄적이지 않고 연속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최선의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 또한 항상 절대적이지 않으며, 연속적인 탐구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가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이 인간에 비하여 신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관습적인 생활과 비교하여 신적인 생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이 이성을 바탕으로 반성적 사고를 하여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 이상의 의식적 추구와 반성적 준수를 하는 것이 진정한 도덕적 삶의 형식이라고 본다.
필자는 도덕적 이상의 추구를 강조함과 동시에 도덕적인 인간이 되고 도덕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도덕적 이상의 추구와 함께 도덕적 행동습관을 길러야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행동습관은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위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도덕적 행동습관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행동습관의 결함들을 고쳐나가면서 궁극적으로 도덕적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한편 오우크쇼트에 따르면 서구적 도덕이 처하고 있는 곤경은 첫째, 도덕적 이상의 추구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이것이 행위습관의 정책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람들이 도덕적 이상에 의한 지배를 혜택 혹은 업적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곤경은 결국 서구사회가 도덕적 행동습관을 등한시한 채 맹목적으로 도덕적 이상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덕교육을 통해 무엇이 도덕적 이상인지에 대해 배우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괴리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이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이라고 보지만, 저자와 같이 실제로 개인의 습관이나 사회의 관습이 도덕적 이상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교육이 무비판적으로, 맹목적으로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도덕교육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도덕교육을 통해 도덕적 행동습관을 도덕적 이상에 가깝도록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도덕적 이상의 추구와 함께 올바른 도덕적 행동습관이 형성되어야, 삶의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도덕적 삶의 형식과 도덕적 행동습관을 위한 교육은 서로 독립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덕적 이상의 추구를 바탕으로 행동습관의 도덕성이 축적되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간이 이성을 바탕으로 반성적 사고를 통해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고 이를 도덕적 행위습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모종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