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질 때

스위치로 다가가기 전에

by 가랑비메이커


갑자기 불이 꺼졌을 때, 그러니까 스위치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불이 나가버렸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정전일 수도 있으니 밖을 나가볼 수도 있겠고 형광등이 나갔을 수도 있으니 의자를 밟고 올라설 수도 있겠죠. 어쨌든 원인을 찾으려 할 거예요. 조금만 움직이다 보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는 밝혀지겠죠. 곧 원인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낼 거고 다시 불을 밝힐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마음에 불이 꺼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갑자기 찾아온 암흑의 이유가 밖에 있든 안에 있든 그리 쉽게 알아차리긴 어려워요. 알아냈다고 하여도 해결은 쉽게 나지 않아요. 마음의 방은 당신이 앉아 있는 혹은 누워 있는 그곳처럼 간단명료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스위치를 찾아 더듬더듬 돌아다니기 전에 가만히 두 눈을 깜빡깜빡해보려고 해요. 이 어둠에서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캄캄한 시야에 익숙해져 보려고요. 그러다 보면, 아주 밝은 마음만큼은 아니어도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죠. 그렇게 하나둘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파파밧 하고 환한 등이 켜질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이미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늘었을 테니까요.


/ 캄캄한 마음 방으로부터 쓰인 한 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