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쨍이 토마토도 있지만 카멜레온 달걀도 있지만
오늘은 달걀 프라이를 하다가 문득, 달걀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달걀을 아주 좋아한다. 날달걀을 제외하면 달걀로 만든 모든 요리를 좋아한다. 달걀 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스크램블, 달걀국- 불을 쓰고 물을 넣든 자르든 말든 달걀이 들어간 모든 것은 부드럽고 따듯해서 좋다. 케첩이나 스파게티 소스가 되는 머쨍이 토마토도 있지만 사실 더 많은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걀은 슈퍼 머쨍이는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나는 달걀만큼이나 토마토도 참 좋아하지만 말이다. ㅡ우연히 내가 선호하는 음식들은 다용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달걀을 뒤집으며 나는 내가 가진 이름들이나 소속들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사실, 나란 존재의 다용성에 대해 떠올려보기 위해서는 그다지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지금 하는 일만 보아도 달걀, 토마토 부러울 것 없었으니. 1인 출판을 하며 나는 원고를 집필하는 작가이자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 내지와 표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유통을 하고 책방과 거래를 하는 영업맨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나는 머쨍이 중에서도 대왕 머쨍이가 아닐까? 요 며칠 신간을 마무리하고 종일 구부정하게 앉아 패킹과 메일, 입고 정산 업무와 택배일을 하며 불평 아닌 불평과 불안이 찾아왔는데, 오늘 아침 달걀 프라이를 부치다 말고 기막힌 위안을 찾았다. 숟가락을 뜨기도 전에 참, 배부른 생각이었다.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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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랑비 딥토킹에세이 <쓰담> 클래스 3기
춘삼월반 모집이 오픈됐습니다. (링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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