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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Dec 19. 2024

홀로 남겨진다는 것(추억의 숲 이야기)

추억의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 노방봉(말벌집), 새 둥지, 모과


홀로 남겨진 미련의 초상들


지난해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시골 고향에 계십니다.


어머니 혼자가 되셨고

저도 집안의 가장으로 홀로 남게 되었지요.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적막하고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높은 산 참나무 숲에 매달려 있는 농구공 크기의 커다란 벌집

산 경사면

참나무 숲이 우거졌을 때는 몰랐습니다.

아니 땅만 쳐다보고 걷는다보니 위를 올려다 볼 기회가 없어 몰랐던 것이겠지요.


두터웠던 숲이 단풍 낙엽지며 헐거워지면서

안보였던 것들이 들어났습니다.


말벌들이 새로운 생명들을 키워낸  한살이를 마치고 땅속으로 동면에 들어가고

갈참나무 가지에 덩그러니 들어난 노봉방(말벌집)


생명의 열정이 넘쳐나던 계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산책로 옆 단풍나무 세가지 위에 남겨진 새집

이렇게 사람들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휴양림 산책로 가로수인 단풍나무, 사람 키 높이 세가지 사이에 둥지 하나

한계절 어미새들의 바빴던 날개짓으로 새끼들을 잘 키워 날개했을 훌륭한 증표이지요.


이제

훤이 들어난 모습으로 겨울비를 맞고 있습니다.



모두 떨어졌는데 한없이 매달려 있는 당구공 크기의 모과 하나


모두 떨어져 내린 휑한 가지들만이 나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오란 둥근 생명 하나가 아직도 매달려 있습니다.

'나마져 떨어져 내리면 모과나무 엄마는 어쪄라고'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릴뿐 떨어질 줄 모르네요.


그렇게 둥근 열매는

열정적이었던 지난 여름은 '노란색'이었다는 듯

오롯이 홀로 추운 계절을 맞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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