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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r 01. 2024

우리 동백이가 왔구나!(옹달샘 - 숲 이야기)

동백꽃과 동박새 storytelling

episode



어르신은 여든 중반의 종가집 종손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보다 세곱절 이상의 세월

곡절 많은 삶을 살아 오셨지요.

천성이 착해서인지, 돌아가신 어머니 보살핌덕분인지

새 어머니 슬하 여러 이복동생들과 우애있게 지내며

선산 조상님들 묘 건사하며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늙어가며 한해 한해 다른 기력에도

부모님 산소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고생만 하시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함이겠지요.


선산에 또 다시 봄이 와

꽃들은 앞다투어 피어나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음에 쓴 웃음지으시며

옛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 화려한 많은 꽃들중에

이 봄철 끝물인 동백꽃을 좋아하시지요.

지난 추운 겨울 눈보라속에서도 피어나던 동백

피보다 붉은 꽃빛깔

노란 꽃술

화무실일홍

떨어질 때 통꽃으로 떨어져 내려

땅에서 또 봉긋하게 꽃을 피우듯하는 동백


먼 옛날

어머니는 스무살에 종가집 시집오셔서 4남매 낳으시고

농사일에 종가일에 시달리시다 스물여덟해에 시름시름 앓으셨지요.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보며 '엄마가 죽으면 어떻하지?'하는 생각에 무서웠답니다.

'하얀나비를 보면 엄마가 죽는다'는 친구들 말에 학교 오가는 길에 흰나비 안보려고

나비있는 곳은 눈을 감고 다녔다지요.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도 어머니는 끝내 돌아가셨답니다.

많이 울었다지요.



어르신에게는

누구에게도 말못한 사연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르신 여덟살되던 해

어머니 돌아가시던 초봄

죽은 어머니 젖물고 굶주려 죽은 두살박이 여동생

여덟살이던 어르신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져 내린 뒤켵에서

동백꽃 발로 차며 한없이 울었다고 하지요.


이제

다 늙어

저 세상 가서 뵐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생각하면

너무 오래 살은 듯하여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어느날 꿈에

젊음을 못다 피운 어머니는 동백꽃이고

그 동백꽃에 날아드는 동박새는 동생이구나 싶더라네요


그래서

매년

떨어져 내린 동백꽃 주워

양지바른 바위 위에 올려 놓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한 위로의 마음으로...



storytelling



먼 옛날

산너머에서 시집 온 새댁은 절름발이였습니다.

우둔한 신랑에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마져 고추만큼이나 맵고 눈물겨웠지만

착한 심성으로 시집올 때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며 살았지요.

"남들보다 부족한 너는 더 참고, 또 참고 살아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몸과 마음만 힘들고

혹독한 시어머

절름발이 며느리라 병신 취급하며

말로 하는 욕지거리, 눈으로 하는 눈흘김, 손짓으로 하는 삿대질하기 일수였습니다.


한여름

땡볕에 풀밭매기 바빴고

더운날 때마다 삼시세끼 따뜻한 밥지어 올리

반찬투정에 상 엎어지기 일수였지요.


한겨울

첫애 낳고 얼마안되어 절름거리며 빨랫거리 이고 논두렁 샘으로 나서야 했는데

보다못한 동네 아낙네들이 거들며 따뜻한 말을 건네 주곤했습니다.

"한 세월 금방가니 잘 참아내어요~"

새댁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 험한 세월을 이겨냈지요.



세월지나

그 혹독했던 시어머니는 죽어

염라대왕의 명으로 부엌의 부짓깽이로 태어나

뜨거운 아궁이속에서 지은 죄를 속죄하게 되었지요.


첫째 아들이 여덟살이던 해

딸이 태어났습니다.


먹을 것 부족했던 시절

일거리에 시달리고  젖달라 보채는 딸아이에 시달리다

새댁은 병들어 눕

여덟살 아들을 불러 무어라 이르곤 눈을 감아

이승에서 더 이상의 험한 꼴은 당하지 않게 되었지요.


엄마가 죽던날

젖달라 보채던 딸아이도 굼주리다 죽은 엄마 젖 물고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른해도 못살고 간 엄마, 돌도 못지난 여동생을

아버지는 지게에 가마니로 둘둘말은 엄마를 지고

아들은 여동생을 둘둘말은 포대기를 메고

뒷동산에 묻고 내려와 아들은 몇날 몇일을 울며 지냈지요.


여러날 울고 지내다

엄마가 한 말을 기억하고

부엌으로 가서 엄마가 늘 사용하던 부짓깽이를 들고 뒤동산 엄마 무덤으로 가서

무덤앞에 정성껏 묻고 내려 왔습니다.



이듬해 겨울

잎이 돋아난 그 나무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새댁의 선한 성품과 한이 빚어낸 꽃이라고 하며 귀하여 여기게 되었지요.

한편

그 붉은 꽃에 날아드는 작은 새가 있었는데

꽃속에서 꿀을 빠는 모습이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모습이라하여

모녀가 귀하게 다시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가슴아린 동백꽃과 동박새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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