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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Feb 20. 2024

동학사 복수초 이야기(옹달샘 - 숲 이야기)

봄비온 다음날 복수초를 찾아서/행복의 상징, 복수초storytelling


episode


입춘 지나고 겨울 끝자락에 촉촉히 비가 내리면

깊은 산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피어날 봄꽃들이 생각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분전환 겸 희망을 되새기며 봄꽃을 찾아 나섰지요.

서울권역에서 공주 경유 2시간여 달려 0930분경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

날은 화창한데 거대한 계룡산 산자락 계곡이라 서늘한 냉기에 아직 겨울의 위세가 느껴졌습니다.


추위에 대비 단단히 준비하고 복수초 군락지를 향해 산행을 시작하는데

여러해 전에 왔던 곳이라 그 사이 많이 변하여 옮겨진 출입구가 낯설었지만

상쾌한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우람한 나무들의 위풍은 변함이 없으니

이러한 풍광과 분위기에 이끌려 산을 찾는 것이겠지요.


산을 오르며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중 발견한 도토리

무릎을 꿇고 자세히 관찰해 보니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특한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았지요.


완벽한 생명체, 천년 여정의 시작, 그리고 경외감

한참을 더 오르는데

아기 다람쥐 한마리가 돌틈에서 나와 아직 이른 봄을 맞이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겪은 춥고 우울했던 겨울

봄기운에 굴에서 나와 허기를 달래려 이곳저곳을 헤매더니 돌위에 올라 무엇을 먹느라

가까이 다가가도 모른척 하는가 싶더니

불행이 닦쳤지요.


왼쪽에서 커다란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냉큼' 아기 다람쥐를 물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런 말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노련한 다람쥐였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겠다 싶어 많이 안스러웠지만

그나마 그 고양이가 배가 불룩한 것으로 보아 새끼를 가진 엄마 고양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내려 놓았지요.


자연은 그렇게 잔인하지도 선량하지도 않고 경쟁과 공존이 함께 하며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storytelling



사람이 사는 빌딩숲에 숲속의 동물이 나타나 시선을 끕니다.

익숙한 듯 많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겨울 먹을 것을 찾는 듯하더니

한동안 지켜보던 사람들이 떠나고

작은 사슴처럼 생긴 이 동물은 나를 한참 다보더니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지요.

그리고는 몸을 돌려 햇살이 눈부신 곳으로 걸어가길래 따라 갔습니다.


한순간 주변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며 깊은 숲이 나타났지요.

저 앞에 그 사슴닮은 동물이 또 이쪽을 쳐다보며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여 숲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눈녹은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새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숲 내음 상큼한 길이었지요.


한참을 오르더니 커다란 참나무 옆 양지바른 곳에 그 사슴닮은 동물이 몸을 누이고 내게도 앉으라는 고개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참나무에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던 듯 그 동물은 보이지 않고 그 앉은 자리에 노란꽃이 보였지요.

방금 꽃몽우리를 피운 듯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는데 꽃의 샛노란 중심속을 한참 내려다보니 그 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노란 광채가 주위를 감싸는 가운데 꽃의 중심에 더 가까이 가니 '황금잔'이 있어 양손을 뻗어 감싸니 손안에 쏙들어 왔고

그것을 들어올리니 노란꽃들이 사라졌지요.



그 황금잔을 품속에 넣고 숲길을 내려오니 그 사슴닮은 동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말을 빌어 말을 하였지요.

"선하게 생긴 사람이여! 그 황금잔을 가지고 가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복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요,

부자들에게 보여주면 소박한 삶으로 변화할 것이니 잘 가시게나! 돌아가자마자 그 황금잔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 그 흙에 묻는 것 잊지말고..."


다시 빌딩숲에 돌아와 양지바른 곳에 그 황금잔을 흙속에 묻었더니 잠시후 숲에서 보았던 그 노란꽃들이 올라왔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경외하는 눈빛으로 그 꽃을 바라보다 밝은 모습으로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지요.


꽃빛깔이 황금빛, 아래 맺힌 눈녹은 물방울, 비언어적 소통으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식물들의

광범위한 향기 언어

비언어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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