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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Nov 30. 2023

산국 이야기(옹달샘 숲 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 스토리텔링(목화 아가씨와 황국 청년의 애뜻한)

episode


영하로 떨어진 계곡 날씨

언제나 처럼 아침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만난 생명체

도로변에 죽은 듯 있는 사마귀 암컷

조심스럽게 주워 온기있는 사무실로 데려왔지요.


차 한잔을 마시고 나서 한참후 녀석을 관찰하는데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습니다.

깨어난 것이지요!


생명의 신비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순간입니다.


밤사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죽어가는 사마귀
온기가 있는 목공체험장안에 옮겨 놓았더니 이렇게 깨어났지요



storytelling


먼 옛날 강원도 산골

눈이 안보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목화 아가씨

재 넘어 황국이라는 청년과 백년가약을 맺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신랑 황국이 보부상을 따라 세상 구경도 하고 돈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떠나게 되어 배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산길을 함께 걸으며 목화 아가씨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지요.

"저희 걱정일랑 하지 마시고 어렵게 떠나시는 길이니 넓은 세상 많이 돌아보시고 오셔요!"

"감사하오! 더 큰 인물이 되어 오리다. 어머니 좀 잘 부탁하오!"


보부상 일행을 만나 동해바다 해산물을 염장하여 등짐 지고 험난한 산길을 가는데 대장 보부상이 독사에게 물려 위급한 상황은 진정됐지만

짐을 지고 걸을 수 없어 그 등짐을 제일 젊은 황국이가 지겠다고 자처하여 몇 날을 걸어 원주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천근만근으로 젊은 그도 몸살이 날 지경이었지만 동료들의 배려로 기력을 회복하게 되었지요.

시작부터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았지만 고생한 만큼 배우고 돈 벌어가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대장 보부상이 정상적인 몸으로 회복 되었을 때

"내 보부상 삶에서 누구에게 신세지기는 처음일세! 황국이 자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이 하얀 목화솜을 패랭이 모자에 얹어 주어 모두의 귀감으로 삼고 싶네!"라며

새하얀 솜뭉치 두개를 패랭이 모자 위 좌우에 얹어 묶어주는 대장 보부상


원주에서 이문을 제대로 남겨 이득을 보고 대신 산삼과 송이를 구입하여 한양으로 출발하였지요.

등짐 한결 가벼웠고 한양 구경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일행이 경기도 여주쯤 왔을 때 암행중이던 어사 일행과 합류하여 탐관오리를 척결하는데 일조였고

어사께서 직접 강원도 보부상들에게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커다란 목화솜을 하사받게 되었지요.

특히나 황국이는 준수한 외모와 탁월한 일처리로 어사의 눈에 들어 보부상과 헤어져 어사 일행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있는 자들의 욕심스러운 치졸한 모습도 보고

없는 사람들의 궁핍한 불쌍한 모습을 보면서 삶이 고달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어느 빈곤한 초가집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나무꾼 청년을 보았을 때

강원도 산골에 각시와 장모 생각이 나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년여만의 눈물겨운 상봉

 열심히 논밭일구며 성실한 삶을 이어가던 황국이가 고단한 사람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멍하니 먼 산자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말수도 적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해 가을

각시 목화에게 결연하게 말을 했지요.

"집을 떠나야겠소! 내 3년여 동안 집안 살림을 살려놓고 절로 들어갈 생각이오!"

목화는 남편 황국의 말을 조용히 듣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힘끝좋은 황국이는 몸을 사리지 않고 농사일에 열심이었고 

농사가 한가한 철에는 보부상을 따라다니며 금전을 모아

넉넉한 살림살이를 일궈가던 3년째 가을

이제 때가 되었다며 장모와 색시에게 이별을 고하고 집을 나섰지요.


산길을 따라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목화에게

"내 죄가 크오!"

"아니어요! 추상같은 의지로 큰 깨닭음 얻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여러해가 지나 홀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집안 살림을 처분하여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그해 가을 홀연히 집을 나서 절로 향하는 목화

산길을 가며 또 예전처럼 커다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듬해 늦가을

그 산길 가에 향기 그윽한 작은 노란 국화가 피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목화와 황국의 애뜻한 사랑이 빚어낸 꽃이라 생각하고

'산국'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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