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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Nov 14. 2023

나무의 성장(옹달샘 - 숲 이야기)

나무는 얼마나 자랄까요?

"모든 잎이 꽃이되는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 알베르 카뮈 -


episode


나무는 자랍니다.

모든 생명체가 변화의 과정을 거쳐 생노병사하듯...


그러면 나무는 얼마나 자랄까요?

물론 나무에 따르겠고, 나무가 처한 현실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볕이 좋고 물이 가까운 곳처럼 생육조건이 좋으면 나무는 잘 자랄 것이고

경쟁하는 나무가 많거나 자연조건이 좋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하겠지요.


이런 물리적인 자람말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보렵니다.


나무는 한해동안 얼마나 자랄까?

꽃을 피우고 잎을 띄우며 가을에 성실한 열매를 맺는 만큼

한해동안 나무에게 닥치는 비바람, 눈보라로 인해 떨구게 되는 잎사귀, 러지게 될 가지만큼

더하여 그 바람으로 줄기가 격게되는 흔들림만큼

그리고 어두운 땅속 뿌리의 보이지 않는 지고지순한 노력만큼


무엇보다

계절 내내 힘겹게 키워낸 나무의 미래인 겨울눈의 의지만큼


여기에 더해

암묵적으로 도움주는

경쟁자이며 이웃인 주변 나무들의 기대에 찬 경쟁만큼

지난 계절 나무에 쏟아진 햇살의 기대만큼

이웃하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의 청량감만큼

이에 더하여 달빛의 감미로움, 빗방울의 촉촉함만큼

그리고 나무의 꿈과 미소만큼

꼭 그만큼 나무는 자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거룩한 나무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에 커다란 일본목련 잎이 땅으로 내려 앉습니다.

지난 계절 작렬하는 태양을 온 몸으로 맞으며

비바람에도 온전히 잘 견뎌냈는데

추위가 한차례 오고나니 속절없이 무너지네요.


내 고향 부모님 사시던 전원주택 아랫마당, 일본목련 잎사귀들

'세월'이라는 적군에게 전멸당한 병사들 같이 처연합니다.

세월에는 장사없다고...



아랫마당 수돗가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감사했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워 고마웠는데

꽃은 벌써 떠난지 오래고

잎을 떨구는 능소화

이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하겠지요.


떨어져 내린 낙엽에 눈길 두지 않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지난 세월에 미련을 갖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그래도 아련한 마음 어쩔 수 없지요.



참나무 군락

하늘을 올려다 보니

멋스럽게 단풍들어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고

이는 바람에 소리 또한 정겹지요.

'사르르~ 사르르~'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

넋일 잃고 한참을 올려다 봅니다.

눈이 부셔 눈물이 날 듯...



가을 숲속 낙엽 지는데

물 흘러 내리는 소리 운치를 더하여

참으로 정겹고 청명하게 들리네요.


귀가 밝아지고

눈이 맑아지며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맛스런 사과가 익어가는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문경새재 명품숲길

물이 있는 단풍지는 숲

환상의 궁합이지요.

한참을 앉아서 고인 물을 쳐다보고

하늘을 올려보며 단풍을 감상합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고


물속의 저 낙엽들

한 때는 나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부였는데

이제는 이별하고 정리해야 될 대상

낙엽은 아래로 모이고 싸여

숲의 공동자산이 되지요.



storytelling(2023. 11. 13. 월)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하늘의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데

저 아래 숲속 물가에서 흰구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의 흰구름님! 저를 보셔요! 정말 멋찌지 않나요?"

"그렇군요! 붉은 단풍이 너무 아름답군요."

"저는 물에 비친 저의 화사한 모습을 보면서 제가 자랑스러웠어요.

그래서 자랑하고 싶었는데 물을 내려다보다 흰구름님이 떠가는 것을 보고

말을 건넨 것이지요."

"물에 비친 단풍나무님과 제가 참 잘 어울리는군요. 

그런데 도시 공원에 있는 그 단풍나무도 제대로 단풍이 들었으면 아름다울텐데..."


흰구름은 두둥실 떠가며 저 멀리 커다란 도시 한가운데 아파트 단지내

공원의 단풍나무를 찾아 말을 걸었습니다.

"단풍나무님! 올해 단풍도 예쁘게 물들겠지요?"

"관심없어요! 사는 것이 팍팍해서요."

"그래도 힘내셔요!"

"점점 혼탁해지고 점점 더워지고 점점 시끄러워지니 정신이 없네요."


흰구름은 세상을 한바퀴 돌아

숲 계곡 물 위를 떠가며 그 아름다움을 뽐내던 단풍나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전날 큰 언니 구름이 늦가을 비를 흠뻑 뿌리고 지나간 후라

계곡에는 냉기가 흐르더군요.

"어때요? 단풍나무님! 아름다움을 많이 즐기셨나요?"

"아름다움은 짧군요! 비까지 와서 다 떨구고 나니 허무합니다. 그래서 기운도 없구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물에 비친 모습을 보노라면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흰구름은 빛바래고 축축한 단풍잎들이 물위에 떠있다가 불어난 물에 물길따라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단풍나무가 안타까웠지요.

"힘내셔요! 내년을 기약해야지요!"

"에구~ 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겪어내야할지 망막합니다."


쓸쓸히 떠 가던 흰구름이 도시 주택가 공원의 단풍나무를 내려다 보며

"어떠셔요? 좋은 계절 잘 보내셨나요?"

"저희들에게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인데요.

저희 분신들이 떨어져 내려도 어디 묻힐 곳이 없어 

바라결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많이 슬픈데

더욱이 비까지 내려 쌓인 단풍잎을 사람들이 질척질척 밟고 다는 모습 어찌 보겠습니까!"

"그래도 지난 가을, 많은 사람들에게 우아한 가을의 풍미를 선사하셨잖아요."

"저 멀리 산자락 숲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사는 것 거기서 거기지요. 그곳은 이곳보다 더 쓸쓸하더군요."



도심의 단풍이 더 아름다운 것은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기에

푸른 엽록소가 급속하게 파괴되어

감춰져 있던 노랑, 붉은 색상이 극명하게 들어나게 되어서랍니다.


호젓한 숲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나니야 연대기로 걸어 들어가는 듯


도심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

진정으로 축복입니다.

참나무들 사이사이를 지나 가지요.


지나온 뒤를 내려다 보며...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낙엽은 쌓여 가지요.

밟고 가기에 미안할 정도로

'바스락~ 바스락~'

그래서 사뿐히 즈려밟고 갑니다.

진혼곡의 노래를 부르며...



Nov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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