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왜 양말은 뒤집어 빨면 안 되나 : 숨겨진 소통의 문제>
1.
“양말 빨래통에 넣을 때 똑바로 좀 펴서 넣으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나는 양말 안쪽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싶다고.”
일상의 사소한 문제로 넘기기에는 너무 심각해진 문제다. 이미 수많은 가정에서 이 문제로 대전쟁을 겪고 있다. 국가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
2.
“자기 편하려고 게으름 피우는 거죠. 고무줄 부분에 손가락 끼워서 허물만 벗고 간단히 끝내겠다는 심산이잖아요. 세탁한 뒤에 다시 바로잡으려면 또 손이 가는데 말이죠”
‘양말 똑바로파’ 대표 A는 뒤집는 사람들의 게으름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양말 벗을 때 조금만 신경 쓰면 일 처리 깔끔할 텐데 본인 편의를 위해 남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
“저는 무좀이 있고 발에 각질도 많아요. 양말 안쪽을 깔끔하게 세탁하고 싶은 마음인데 도무지 이해를 안 해주네요.”
‘양말 뒤집어파’ 대표 B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귀찮고 게을러서 무심하게 뒤집어 벗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은 다르다고 항변한다. 분명히 나름의 뚜렷한 이유가 있다.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3.
“A에게 한 가지 여쭤볼게요. 양말을 꼭 똑바로 빨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네? 무슨 그런 황당한 말씀을. 원래 양말 자체가 그렇게 생겼잖아요. 자기 모양대로 세탁하고 수납하는 방법은 기본이에요.”
A는 나름의 원칙에 충실한 타입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쪽으로 흐른다.
“B에게도 질문 있어요. 양말 뒤집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셨나요?”
“제가 왜요? A가 저한테 묻지도 않았는걸요. 처음부터 죄인 취급하니 저도 아무 말 하기 싫어요.”
상대가 감정적으로 나오면 자신도 중심을 잃는 타입이다. 차분하게 내 생각을 설명하면 될 텐데 똑같이 흥분한다.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어 더 강하게 저항한다.
4.
양말을 어떻게 세탁해야 옳은지 정답은 없다. 이 문제로 드러난 A와 B의 소통 방식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양말로 부딪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다른 문제로 싸울 소지가 많다. 서로 간에 합의하고 타협하는 팀워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사고방식이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더 문제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단 하나의 통일된 기준이 존재하며 자신의 말이 바로 그 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내 말을 따르지 않는 상대는 곧 법을 어기는 범법자로 간주한다.
일단 소통부터 시도해 보자. 상대방 생각부터 진지하게 들어봐야 한다.
5.
“나는... 양말을 똑바로 세팅해서 수납하고 싶었어.”
“그랬구나. 내 발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내 양말은 그냥 뒤집은 채 수납해도 괜찮아.”
어떤 사람과 매주 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부딪친다면 그 문제의 본질부터 살펴보자. 상대방 주장의 이유부터 들어봐야 한다. 가벼운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나중에 반드시 큰 갈등으로 번진다.
*3줄 요약
◯양말 빨래처럼 사소한 문제로도 서로 간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 고집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의 충돌 속에는 엉뚱한 소통 문제가 숨어있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