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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5. 2024

@1217 <사실이기만 하면 아무 말이나 괜찮을까~

@1217

<사실이기만 하면 아무 말이나 괜찮을까 : 팩트 폭행의 현장검증>     


1. 

“너는 키가 작으니까 이런 옷은 잘 안 어울려.”

너무 거침없이 말하니 듣는 사람이 화낼 겨를도 없다. 내 키가 크든 작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그렇게 입겠다는데 왜 참견인가.     


2.

“나 정도 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그렇게 입고 여기저기 다녀봐, 누가 충고 한마디 해주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는커녕 스스로 대단히 자랑스러워한다. 상대방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면 도리어 황당해하기도 한다. 고맙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디서 성질을 부리느냐며 짜증까지 낸다.     


사람 관계를 고려하여 처신하는 태도를 ‘예의’라고 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고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상대방 감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으면 예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점점 ‘무례한’ 사람이 되어간다.     


3.

“언제 키 작다고 비웃었나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왜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시죠?”

이제야 이 사람의 머릿속 뇌구조가 전부 이해된다. 이 사람에게 의사 표현은 딱 2가지만 존재한다. 사실을 묘사하는 설명과 그 팩트에 감정을 싣는 가치판단이다.      


즉 팩트를 나열하기만 하면 감정이 섞이지 않았으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대사라고 여긴다. 감정적인 말이 아니므로 상대도 신문기사 대하듯 글자 그대로 쿨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4.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이라고 엉뚱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 말하는 자신이야말로 진정 이성적인 사람이라며 자부심을 가진다. 상대가 기분 나빠하면 “틀린 말 했나요?” 하며 큰소리를 친다.     


무례함과 솔직함은 엄연히 다르다. 키 대신 옷의 스타일을 거론하며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문해력처럼 사람 사이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눈치력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이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꾹 참거나 돌려 말할 줄 알아야 한다.      


5. 

“내가 나이 들어 보인다고? 너는 얼마나 어려 보이길래!”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이 듣는 팩트에는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에게 팩트 날릴 때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예의 없는 태도 외에 이런 이중적인 모습도 인간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3줄 요약

○팩트라는 명분으로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

○대화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주고받는 소통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 말은 무례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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