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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Dec 30. 2023

모두가 못할거라 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제 커리어에 큰 변화가 있어서 공유드립니다.


다소 긴 글이지만 한번 읽어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사업이 10년차를 넘어서면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은 많이 했지만 한계도 명확히 보였고 어디까지 갈 수 있겠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단가로 일을 하는 지식서비스업으로는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많이 벌지만 매출의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시간당 단가는 업계 시세라는게 있었고,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하루에 25시간을 일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꿈도 컸기에 Next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고 제가 대응을 잘 못해서 사업과 인생 모두 바닥을 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직원들과는 뿔뿔이 흩어졌고 무리해서 만든 교육장은 1년을 못채우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정도는 고민하면서 뭐해 먹고 살까를 또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무기력하게 있지 말고 뭐라도 해서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명동쪽에 6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영끌해서 분양 받았습니다. 그걸로 에어비앤비라도 하면서 몇십만원이라도 벌자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개인이 에어비앤비를 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30개 이상의 객실을 가지고 법인으로 운영을 하던가 아니면 홈스테이처럼 주인이 직접 같이 사는 곳에서만 합법입니다. 그걸 모르고 분양 받았던 계약자들이 단톡방에서 난리가 났죠. 저처럼 용돈이라도 벌자고 투자를 했는데 이게 불법이 된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어쨌든 제가 사업도 해봤고 경영 전문가라고 하고 다니기는 했으니 그럼 제가 깃발들고 법인 하나 만들테니 다 들어오세요라고 했더니 순식간에 30개 객실이 모였고 본의아니게 위탁숙박업(다른 사람들의 객실을 대신 운영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을 또 대충하지는 않죠. 정말 코로나 시국도 버텨가며 엄청난 노력을 펼쳐서 같은 건물에 있는 동일 객실을 운영하는 타업체 대비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합니다. 바로 맞은편에 6만원 받고 운영하는 호텔이 있는데도 여섯평 오피스텔에 12만원 이상 지불하고 거의 만실을 채우는 사업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사업을 한지 이제 4년차가 되었고 현재는 40개 이상의 객실에 에어비앤비 파워호스트에 일부 악의적 별점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5.0만점의 평점을 유지하는 괄목한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숙박업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었고 같은 공간이지만 월등히 다른 차별점과 수익성을 창출하는 법에 대한 노하우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고 저는 그 다음을 고민합니다. 그때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시행사쪽에서 호텔을 매입하여 같이 개발해조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같이 이래저래 하다가 잘 안되서 그냥 독자적으로 직접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마침 (당시 경기가 안좋아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좋은 매물들이 있어서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기적의 스토리입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인수할때 자기자본 equity의 비중을 30%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100억짜리 건물을 인수하려면 30억은 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시 저는 30%는 고사하고 5%도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야수의 심장으로 한번 이걸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일단 그 당시 저는 계약금도 부족했습니다. 코로나때 망해서 팔았던 교육장에서 조금 남긴 돈을 가계약금으로 던져놓고 주변에 부탁을 해서 계약금 채워서 일단 계약은 완료합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냐 하면 국토부에서 대놓고 은행에다 PF를 하지 말라고 내려온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중간과정은 필설로 다 쓸 수 없지만) 대출을 일으키는데 성공합니다. PF는 아니고 다른 목적의 대출이었는데 70%가까이 만들어 내는 일을 해냈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잔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만 또 몇십억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몇개월동안 만들어서 (중간과정생략) 여튼 자금 조달에 성공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격다짐으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라 이게 양도세등 세금만 또 몇 억이 있었고, 인수인계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비용도 상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매도자와 분쟁도 있어서 몇 억씩의 손실이 계속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어쨌거나 이 여러번의 위기에서 다 자금 조달에 성공해서 지분 100%로 인수 및 사업허가를 완료했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명색이 턴어라운드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인수전에는 이름만 호텔이었지 25,000원씩 받고 불륜커플 대상 모텔 대실 영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인수직후 대대적인 운영 프로세스 개선, 시설 개보수, 브랜드 리뉴얼, 인력 개편 등등의 작업을 타이트하게 진행했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로 여기고 제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었죠. 여기에는 앞서 말씀 드렸던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며 익혔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튼 그 결과 인수전 대실 2.5만원 숙박 4만원 하던 호텔을 지난 주에는 1박에 12만원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가동율은 주말 상시 만실, 평일도 80%이상. 대기업 직장인 연봉을 한달에 금융비(이자)로만 내는 무리를 했음에도 이를 다 내고도 흑자를 유지하는 구조로 만들었고 얼마전 크리스마스 시즌 영업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놀라운건 이걸 5인 이하 사업장으로 했다는거죠.


보통 이런 숙박형 부동산 투자의 경우 개발업자들이 인수를 하고 (운영에 대해서는 놀랄 정도로 잘 모르시더라구요) 호텔 프랜차이즈같은 운영 업체에 맡깁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시행과 운영을 동시에 직접 핸들링 함으로서 시너지를 엄청 낸 케이스 입니다. 수익성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스타일로 1년에 한번씩 펀드레이징해서 4년후에 매각하는 목표로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커리어가 호텔리어로 바뀐 것은 아니구요, 아마 이걸 시작으로 크게 보자면 부동산 개발업+숙박업의 흐름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건물(50객실)을 매각하면 그 수익으로 다음에는 더 큰(150객실 정도) 되는 프로젝트에 도전해보려 하구요.


제가 커리어를 바꾸려 할 때 다른 몇 가지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우선은 제가 컨설팅이나 코칭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정말 실력이 있는 것인지 필드에서 실제로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실무를 안해봤다", "업계를 잘 모르는거 아니냐", "어느 회사 경력이 있냐", "입으로만 일한다" 같은 소리 지겹게 들어오면서 제 실력이 가짜가 아니라는걸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사업의 리스크는 크고 내년에 유동성 위기가 와서 파산한다고 해도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주에도 또 막아야 하는 자금때문에 지인들에게 돈 빌리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와 노력으로 일단 불가능한 일을 여기까지 만들어 낸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것 만으로도 기적이지만 내년에는 더 큰 성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위 과정을 진행하면서 많은 도움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여러분들이 계획하신 일들 다 이루시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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