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구닷 Feb 25. 2019

창업하는 직장인 : 이번엔 빠르게 시도해보자!

#. 2 채터박스는 5개월 만에



1년 6개월이 아쉽더라


야심 차게 준비했던 첫 번째 사업 설레밤은 기획부터 중단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개발자 동생 녀석과 두 명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고 배운 점도 꾀나 많아서 값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시간"이다. 1년 반이나 걸릴 일이 아니었음에도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버렸다. 나름 완벽하기 위해 디테일까지 신경 썼지만 어차피 완벽할 수가 없었다. 결국엔 자잘한 것을 신경 쓰며 판단을 흐리고 버려야 할 것과 대충 해도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특정 아이템의 이름을 짓는데 1개월을 쓰기도 했고 사이트의 쓰지도 않을 기능을 위해 1개월을 쓰기도 했다.


더군다나 디자인과 제품에서 외주에 의존하는 부분이 생길수록 시간이 쉽게 소비되었다. 대기업이라면 내 맘대로 외주를 컨트롤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지이너가 2주 걸린다면 2주 걸리는 거다. 제품 개발에 1주 걸린다면 1주 걸리는 거다. 그렇게 어영부영 모여서 서비스를 접기까지 1년 반이 흘러버렸다.



어차피 완벽할 수가 없었다


리플릿까지 나름 최선을 다했던 설레밤




미니멈 벨류만 맞추자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을 보면 "일단 내어놓은 다음 개선하라"라는 소제목의 페이지가 있다. 인상 깊고 본질적인 내용들이 많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자동차와 같은 적용하기 어려운 산업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평범이들이 하는 분야는 적용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초기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 본질이 마음에 들면 사용한다. 최근 인증 하나로 모든 계좌를 실시간 업데이트해주는 가계부 겸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도 처음에는 기본 기능만 있었다. 지금은 주식계좌 연동, 부동산 가치 연동, 보험에 등록차량의 시장가까지 기능이 추가되어있다. SNS 카드뉴스 제작 툴로 시작한 "Tyle"도 동영상 제작 툴까지 자연스럽게 개선되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최소한의 핵심 기능을 가진 서비스 형태로 선보여도 된다. 미니멈 벨류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우리 아이디어의 반응만을 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어야 하는데 잘되었을 때 어떻게 뻗어 나갈지까지 생각하고 준비했다. 건축허가가 날지도 모르는데 빌딩 도면부터 그리고 자재를 구한 꼴이다.



건축허가도 없는데 도면부터 그리는 실수




채터박스는 5개월 만에


이제 막 오픈을 알린 채터박스


그래서 채터박스는 설레밤보다 빠르게 일정을 잡았다. PROTO 타입으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채 오픈을 목표로 했고 기획, 모바일/웹 디자인, 개발까지 4개월을 잡았지만 결국엔 5개월이 걸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주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외주도 일절 없이 진행했다.


만약 채터박스가 잘 되더라도 잘 되지 않더라도 이 전략은 정말 유효하다. 한 번에 잘 되면 좋겠지만 길게 본다면 실패도 배움이고 빠른 실패가 빠른 배움으로 이어진다. 실패하면 빠르게 배워서 또 다른 시도를 하면 되고 만약 반응이 좋으면 개선해서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면 된다. 



내어놓고 개선하는 전략은 유효하다



이후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어딘가에 적어두었던 아이디어를 잡아서 살을 붙이는데 1개월, 디자인하는데 2개월, 개발에 2개월을 잡고 기획은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서 계속해서 수정해 나갔다. 우리로서는 각자 생활을 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꾀나 빠듯했다. 이전에 기사로 Tyle이라는 서비스가 초창기 2개월 만에 개발하여 출시되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놀라운 추진력이다. (연고도 없는 서비스지만 팬이다)

※Tyle : "SNS에 '딱' 어울리는 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이 서비스는 과거엔 카드 뉴스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주더니 지금은 동영상도 만들어주는 콘텐츠 툴을 제공한다.


채터박스를 만드는 5개월 동안의 창업 기도 이후에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오늘 글의 핵심을 말하자면 조언이 하나 늘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어떤 직장인이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일단은 생각으로만 입으로만 하지 말고 제발 직접 해봐라라고 말하겠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완벽하게 준비할 시간에 주요 기능만 만들어서 출시해보세요!라고 한 마디 더 해줄 참이다.    



결국 오늘도 채터박스 소개 하나도 못했다







· 글쓴이는?

H자동차 구매부분에서 일하며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채터박스의 기획자 겸 디자이너. (회사에서도 열심히 합니다)
(연락처 : gzerof@gmail.com)


· 채터박스는?
고민 또는 애매해서 정하기 어려운 일상의 썰을 풀고 A or B 찬반으로 나누어 댓글을 다는 익명의 오지랖 댓글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https://chatterboxes.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