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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총총 Apr 11. 2019

잠시만 안녕

110818 - 110918 Kyoto, Japan

교토에서의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 

별 기대가 없이 온 곳이라 이 도시가 주는 감동이 훨씬 컸던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교토는 내 인생도시중 한 곳이 되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다른 곳이지만 어쩌면 파리에서 느꼈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10년후에 와도 20년 후에 와도 이 곳의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것. 왠지 안심되는 그런 기분이 이 도시에서는 느껴진다.   

교토에서의 다섯밤 중 마지막 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 몰랐는데 그 다섯날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았다. 워킹투어를 갔더니 가이드가 하는 말이 이상기온처럼 11월 기온이 높다고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11월 초에 최고기온 25도라니. 나야 좋지만 원래 기온보다 확실히 높단다. 어떤 날의 낮시간에는 얇은 스웨터를 입었더니 그 답답함이 불쾌해서  그 다음날엔 반팔티와 스카프를 입었다 - 아주 적당한 옷차림이었다. 나에게 어떤 여행지가 좋으려면 날씨, 숙소, 그리고 음식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세가지 중에 그 어느곳도 빠질 것 없이 완벽한 곳이 교토였다. 파란 하늘도 예쁘고 구름이 걸리면 걸린대로 예쁜 따뜻한 날씨. 서비스가 좋은 호텔. 어딜 가서 먹어도 맛있는 음식. 아 맞다 그리고 너무나도 친절한 교토 사람들. 

일본에 마지막으로 왔던건 아마 2009년 초 가족여행이었던 것 같다. 도쿄에 에어텔로 가서 가족들을 이끌고 다니느라 즐거웠지만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나에게 도쿄는 그저 비행기를 갈아타는 곳이었는데 일본에 이렇게 오래 머무르는건 처음. 테드에게 일본은 미식의 나라인데 이번에 나랑 와서 혼자서는 안가봤을 여기저기를 가보고 있다. 우리는 같이 여행을 다니지만 모든 곳을 꼭 같이 가야한다는 주의는 아니어서 테드가 호텔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으면 그대로 두거나 아니면 그닥 땡기지 않는 곳은 나 혼자 갔다 나중에 만나는 방법으로 각자, 또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 사실 나도 혼자 다니는게 편하긴 하지만 좋은 걸 보면 또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건 어쩔수 없으니 이런 여행방식이 너무 좋다.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뭐든 남편이나 와이프랑 같이 해야 좋은 사람들이 있고 안그런 우리같은 사람들도 있다. 모든걸 정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못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린 어쩌면 서로를 만난게 너무 큰 행운인 것 같다. 이런일에 마음을 모을 수 있다는건 쉬운일이 아니니까. 

직장을 쉬거나 그만두면서까지 여행을 간다고 했을때 주변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너네 돈 많나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예상가능한 반응인데 난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깜짝 놀랐다. 왜냐면 진짜 모아 놓은 돈이 많아서 회사를 그만다니는게 아니니까 ㅋㅋ 이번 여행을 하면서 금전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걸 포기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금전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거다. 


교토의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우리는 차를 빌려서 오카야마현의 츠야마라는 아주 작은 시골도시로 왔다. 이 곳의 에어비엔비에서 5일동안 머문 후 도쿄로 잠시 돌아갈 예정이다.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일본의 시골은 어떤건지 또 이 곳의 느린 삶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될까. 





2018년 10월 말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해서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행 중에 블로그 (blog.naver.com/extreme911)에 올린 글과 사진을 추려 브런치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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