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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총총 Oct 12. 2018

구직은 험난하고 취직은 달콤하다 - 2


내가 파리 시간으로 어젯밤 링크인으로 보낸 메시지에 답이 온 것이었다. 

이메일에 가끔 답장이 오긴 하지만 이렇게 빠른 답장과 희망적인 내용은 처음이라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이메일 답장이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싱가폴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희망을 가졌다가 마음이 무너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안의 방어기제는 속도를 그만 줄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답장을 준 사람은 싱가폴 컨설팅 회사의 매니저였는데 내가 회사 웹사이트에서 본 구인광고를 낸 팀 소속이었다. 내 프로필이 마음에 든다며 스크리닝 인터뷰를 하고 싶어 했다. 물리적 거리와 시차 때문에 인터뷰는 당연히 전화 인터뷰였고, 내 기억엔 아주 간단하고 짧은 (사실 내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던 것 같다) 통화를 했다. 그리고서 그녀는 무슨 에세이 테스트처럼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보냈고 나에게 이메일로 답변을 요청했다. 지금은 나도 인터뷰어 입장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하는데, 그런 형식의 인터뷰는 한 번도 요청해본 적이 없다. 그녀 나름대로의 스크리닝 방식이었겠지? 


경력 관련 이메일에 답을 한 후 그녀는 파트너 인터뷰를 하기 전에 나의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콜을 한번 하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사실 이건 인터뷰였다. 컨설팅 회사는 파트너십으로 이루어지는데, 파트너들이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형식으로 일반 회사와는 조직 구성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스태프로 시작해서 시니어 컨설턴트 - 매니저 - 시니어 매니저 - 파트너의 순서로 레벨이 올라가고 회사마다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거의 이 조직이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콜을 하자 했으나 사실 인터뷰였던 이유는 차후에 설명하겠다. 


파트너 인터뷰를 했던 그 날을 떠올려보면, 나는 센강이 보이는 파리의 방 두 칸짜리 아파트 한켠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내 머리와 가슴을 지배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bebavioral interview를 철저히 준비했고 전화 인터뷰의 장점을 십분 살려 포스트잇으로 예상 답변을 준비해뒀다. 그리고 오글거리지만 예상 답변을 녹음하고 들어 보기를 반복했는데 본인의 목소리를 견딜 수 있다면 아주 효과적인 인터뷰 준비 방법이다. Behavioral interview는 내가 신입 인터뷰를 할 때도 많이 쓰는 방법이고 경력직 인터뷰에서도 아주 유용한데 말 그대로 어떠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예를 들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형식이다. 예를 들면, 


Tell me about a situation where you experienced a conflict in your team, and how you approached and resolved the issue. 


구글에 behavioral interview questions로 검색을 하면 예상 질문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첫 직장에서 업무를 했을 때나, MBA 프로그램 중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예상 답변을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물론 인터뷰 질문을 100% 예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질문 A의 답을 질문 B의 답으로 재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매우 필요하다. 나는 example을 포스트잇에 써서 노트북 주위에 붙여놓고 어디에 뭘 붙여놨는지를 외워뒀다. 그래야 그 대답을 해야 할 때 얼른 참고할 수 있으니. 


인터뷰는 1시간 예정이었지만 40분 남짓 이어졌고 내 질문을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폭풍 같은 40분이 흐르고 난 후 몸에 힘이 쭉 빠졌고 침대에 털썩 주저 않았다.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며칠 지나지 않아 그 회사 인사부에서 연락이 왔다.


Congratulations! We are happy to extend you an offer!


몇 가지 정리를 하자면

지원하고자 하는 인더스트리와 잡을 narrow down 해서 집중 공략한다

처음 이메일은 짧고 간결하게. 이메일이 길든 짧든 연락 올 사람은 다 온다

많은 회사들이 referral bonus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추천한 사람이 오퍼를 받고 입사를 하면 보너스를 주는 형식. 위에서 말한 매니저가 도와준다고 했지만 사실은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나를 refer 하고 보너스를 받으려고 하는데 refer 한 사람은 technically 인터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의 탈을 쓴 인터뷰를 한 것이었다. 이런 보너스가 있기 때문에  cold email을 받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연락이 와도 프로필에 연관성이 있어 보이면 refer를 할 인센티브가 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에게 이메일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Level 33에서 바라본 싱가폴의 야경. 여기는 내가 싱가폴 야경의 최고봉으로 치는 곳이다.  Photo credit: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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