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림 & 김그림 <니 생각> 그리고 존박 <네 생각>
어떤 이는 종이 울린다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주변이 사라지면서 그 사람만 보이게 된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조금씩 빠져든다고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은 듯 알게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다른 단어들과는 달리 정의를 내릴 수도 없고, 정의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한 단어이자 감정, '사랑'을 겪어본 이라면 정의하는 바는 다르더라도 그 '증상'에서는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자꾸 보고 싶어 진다." 라거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꾸만 생각이 난다."라는 것도 있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언제일까? 명확한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내 경험이나 주위의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보자면, 그것은 분명 "생각이 난다."라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같이 먹고 싶다." 라거나, 재밌는 영화를 볼 때도 "같이 보면 좋겠다."라는 식이다.
Singer-Song Writer인 윤종신이 매월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2011년 8월호의 곡 <니 생각>이 그런 가사를 담고 있다. 김그림의 목소리를 빌려 여성의 입장에서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노래 속 여자가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니 생각에 하루가 다 갔어"라는 가사에 담겨 있다. 물론 뒤에 따라오는 가사들이 그것을 추가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 짧고도 간결한 문장 하나로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올해 7월에 발표된 존박의 <네 생각>도 같은 맥락의 곡이다. 어떤 일을 하던, 어떤 것을 보던 결론은 "네가 생각이나"라는 말로 귀결된다. "그렇게 멍하니 또 하루가 흘러가"라고 이야기하는 점에서 <니 생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발견된다.
두 곡을 듣고 있다 보면, 가사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단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남과 여'라는 점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 즉,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남자와 여자'가 가지는 미묘한 심리묘사가 그 '차이'이다.
먼저 김그림의 목소리를 빌린 <니 생각>을 듣고 있노라면 사랑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여자는 이미 깊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그래서 여자는 "나 빠져들면 한없이 한없이 끝없는데"라는 말로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슬쩍 내비친다. 바로 뒤에 나오는 가사인 "내 가슴이여 준비되었니? 그를 사랑하려 해"와 Bridge 부분에 등장하는 "아플 수 있겠지"라는 가사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기로 다짐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슬픔에 잠겨 있다가 끝내는 극복하고 일어서는 여주인공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그 영화의 끝에 여주인공은 스스로가 사랑에 빠졌음을 인정하듯 한 마디를 다시금 내뱉는다. "니 생각에 하루가 다 갔어."라고. 맨 처음 등장하는 "니 생각에 하루가 다 갔어."는 사랑에 빠진 것을 '자각'하는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다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가사는 "사랑하겠어."라고 다짐하는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여자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그리고 다음 사랑에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존박의 목소리로 표현한 <네 생각> 속 남자는, 사랑에 빠져도 단단히 빠져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상황과 순간 속에서 '그녀'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니 생각> 속의 여자가 사랑에 조심스러운 상처 많은 '여린 여자'라면 <네 생각> 속의 남자는 단순하지만 뜨겁다. 노래의 중간중간 "처음 보는 색으로 내 맘처럼 피어나" 라던가 "모네의 그림 같아" 같이 유려한 단어들과 비유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이 곡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가사는 누가 뭐래도 "네 생각이나"라는 가사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항상 어떤 일상적인 상황이 붙는다. 대개의 남자들처럼 그저 "내가 너를 좋아해"라는 투박한 고백만큼이나 단순하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그거면 된 거지." 같은 느낌마저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 고백이 전혀 가볍지만은 않다.
곡의 분위기에서도 이러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니 생각>에서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조심스러움을 느린 템포의 발라드로 표현해내는데 자칫 우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는 외려 진지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여자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대로 <네 생각>은 어떤 걱정이나 과거와는 별개로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랑에 빠진 남자의 기쁜 모습을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같은 주제를 다른 입장에서 풀어낸 두 곡을 비교하면서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그 곡은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