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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07. 2016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화

영화 <주토피아 Zootopia, 2016>

주토피아 Zootopia, 2016 / 감독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 목소리 출연 :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외




어릴 적, 거의 '필독 도서'처럼 또래의 아이들이 읽었던 책이 있다. 그 유명한 <이솝 우화>이다. '이솝'이라고 알려진 그리스의 인물이 만든 이야기들을 프랑스의 시인 '라 퐁텐'이 정리해서 엮어낸 책이다. '우화'라는 말은 알려진 바 대로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로 풍자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연약한 부분을 인간처럼 묘사된 동물의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꼬집어 내는 것이다.


영화 <주토피아>가 바로 그 '우화'라는 방식을 채택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생기는 묘한 찝찝함의 이유가 영화 속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우리네 모습이 두 주인공 '닉'과 '주디'의 애정행각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의 로맨스가 인간의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준다면, 그 전까지의 이야기들은 그 반대, 즉 부정적이고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간의 대화합이 이루어진 세상, 즉 동물들의 '유토피아'에 사는 두 주인공 '닉'과 '주디'는 각자 다른 '편견'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여우인 '닉'은 그 나름대로 "여우는 교활하다."라는 편견과 맞닥뜨렸다.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거짓말로 여겨지고, "여우는 믿을게 못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익숙하다. 닉은 그 편견을 수용한다. 스스로가 그 편견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니까.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간의 대화합이 이루어진 세상, 즉 동물들의 '유토피아'에 사는 두 주인공 '닉'과 '주디'는 각자 다른 '편견'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반면, 초식동물로 태어난 작은 토끼인 '주디'는 작고 연약한 초식동물이 험악한 범죄자를 잡는 경찰관은 할 수 없다며 비웃거나, '초식 동물답게' 살기를 바라는 '주디'의 부모님 같은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녀는 당당히 그 '편견'을 뛰어넘어 끝내는 경찰관이 되고 만다. 그녀에게 출신 성분은 문제가 아니다. 세상은 바뀌었고, 그녀에게도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I can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라는 말을 되뇌며 경찰이 된 이후에도 편견에 맞서 싸운다.


그녀에게 출신 성분은 문제가 아니다. 세상은 바뀌었고, 그녀에게도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 경찰이 된 이후에도 편견에 맞서 싸운다.


이러한 내용이 즐겁지만은 않다. 앞서 말했듯, 이 이야기, '우화'가 인간의 삶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곳을 기억해야 한다. '기회의 땅', 미국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수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섞인 국가이다. 그리고 흑인을 노예로 부리며, 백인들보다 저열한 인종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여러 인물의 노력으로 노예제를 폐지하고 누구나 평등하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가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융합되어 섞인 채 서로를 존중하는 나라가 된 것처럼, 작은 초식동물인 토끼가 험한 일을 하는 경찰이 될 수 있게 된 것처럼,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인종 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백인들이 여전히 우월하다고 믿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흑인 = 범죄자"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란들 덕분에 오해받고, 차별받는 흑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여우 = 교활하다."라고 믿는 주토피아의 동물들과 그런 편협한 시각에 피해를 당하는 동물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바뀐 세상이지만 여전히 '과거'와 '오류'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나아진 것이 얼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토피아'와 '미국'이, 그리고 '미국'으로 대표되어 보이는 우리의 세상이 말이다.


'주디'는 어릴 적부터 그 편견 속에서 자랐기에 그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단 한번 스쳐 지나가듯이 나온 말이 아닌, 반복적으로 내뱉는 이 말이 무겁게 그리고 슬프게 들리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차별받는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어쩌면 나 자신이 그 편협한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말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로 들린다. 영화는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화'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며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라고 권유한다. '주디'만의 외침이 아닌 우리 모두의 외침이 되어야 하고, 우리 모두의 모토가 되어야 할 말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한번 더 이 말을 곱씹어본다.


"I can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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