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HLEE Prosthodontist Sep 30. 2021

03. 틀니는 아프다

어느 치과의사의 틀니 이야기 3


03. 틀니는 아프다 



"틀니는 아픈 치료입니다."


빼야하는 이를 설명하고 나면 틀니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꼭 설명드리는 내용입니다. 


치아들을 잃는 과정부터 시작되는 통증과 괴로움은 잃고 나서의 불편함, 틀니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지겨움과 힘듦,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아픔이 단계별로 존재합니다. 


저는 앞으로 아플 걸 알기에 기대에 찬 눈으로 환자분들이 저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환자분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질 듯하면 모질게 그 기대를 꺾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 간극만큼 실망이 커지면 틀니에 적응하는 일이 오히려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아플 거라고, 적응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릴 거라고 만나 뵐 때마다 말씀드려도 단계를 밟아나가며 틀니가 완성되면 먹을 수 있다는 그 기대감이 조금씩 새어 나와 저에게 전해집니다. 


"다음에 틀니가 나와?"라고 기대감 섞인 어투로 물어볼 때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답변을 송구스러운 듯 꺼냅니다. "아직 한참 남았어요 어머님" 그리고 어차피 기억하시지 않을 걸 알면서도 몇 번의 과정이 남았다고 또다시 말씀드립니다. 


"이거 만들면 잘 먹을 수 있지요?", "고기가 먹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너무 높은 기대감을 주면 안 된다." "틀니를 이용해 섭식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음식물들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에 근거하여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힘들게 병원에 오고 입을 벌리고 있는 과정의 이유를 찾고 싶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하나 부여잡고 만드는 게 틀니라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틀니를 만드시는 분들이 기대를 더 많이 하십니다. 저는 만들고 나서도 어떤 과정이 펼쳐질지 눈에 뻔히 보이기에 섣불리 좋아질 거란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잘 쓰시면 기쁜 일이고 적응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기대감이 덜해야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같이 걸어 나갈 여지가 있다고 믿기에 위와 같이 희망을 먼저 드리지 않습니다. 


틀니를 만들기만 하면 고기도 씹고 김치도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시는 분들이 실망감에 틀니가 미워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틀니가 미워지면 어렵습니다. 노력해야 하는데 쳐다만 봐도 속상하고 미우니 적응을 위한 연습을 할 리가 없습니다. 미워진 틀니는 보관함에 덩그러니 놓여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해 보셨어요?"라는 제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못 써, 못 써"를 반복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다독거리고 때론 강경하게도 사용을 권하고 적응을 하여야 합니다.


 틀니는 거치는 과정마다 아프고 힘든 치료입니다. 






제가 틀니를 만들어도 아프다고 말씀드리면 많은 환자 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와서 만드는 데 아프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틀니를 만들기 위해 5번 6번 부분틀니면 혹은 그 이상을 불러놓고는 불편할 거라고 말한 뒤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송구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그나마 입 안에 적합하게 만드는 게 그 정도라는 걸 환자분들께 납득시키기란 어렵습니다. 가진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들이는 노력이 많더라도 그 결과물이 본래 좋은 상태의 사람에 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틀니를 만들면 편할 것이다라고 감히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에는 제가 조심스러워서 늘 기대를 꺾는 말을 많이 전해드립니다. 아프다고. 적응하기까지 괴로울 것이라고.


아픈데 왜 하느냐고 물으시면 달리 대안이 없어서라고 답변드립니다. 다른 것 더 좋은 걸 할 수 있으면 가진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으면 상황에 맞추어 적응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틀니로 잘 쓰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내가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틀니는 환자와 치과의사 그리고 가족들 모두 같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적응이 필요하기에 더 길고 힘들고 외로운 그런 과정입니다. 






틀니는 본래 구조의 원상복구를 목표로 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틀니는 기능적 회복을 위한 치료이며 가진 상황의 한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기 전에 미리 환자분들께 단언하는 것입니다. 틀니는 아프다고. 


안데르센의 동화 중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얻어 걷기 위해서는 걷는 걸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틀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본래 씹는 힘을 견디도록 설계된 것이 아닌 잇몸이 씹는 힘을 견디려면 그 통증을 견뎌야 합니다. 


틀니에 적응한다는 것은 저 필연적인 불편감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던한 분이 더 틀니를 잘 쓴다고 보통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틀니는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발음도 연습해야 하고 씹는 것도 부드러운 것부터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프고 불편해서 사용하기 싫더라도 연습하여야 합니다. 


적응의 끝에 틀니가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순간이 오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DHLEE.Prosthodontist 

매거진의 이전글 02. 마지막 이 하나는 남기고 싶은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