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치과의사의 틀니 이야기 8
"걔가 얼마나 바쁜 줄 아세요? 선생님?"
그렇게 자식들이 오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저에게 설명해주실 때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저희 부모님이 떠오르곤 합니다. 저의 부모님도 제가 찾아오지 못하는 것,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겠구나 생각하면서 또 자식 된 입장도 환자분들께 은근히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고 하시는 환자분들의 자녀분들이 언젠가 같이 내원하시게 되면 속상해하시는 모습들도 꽤 보았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평생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면 혼자 힘들게 틀니 만들러 치과에 왔다 갔다 한 것 짐작해서 더 안타까워할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런 모습을 가운데에서 보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애틋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 되곤 합니다. 아마도 그런 모습에서 저와 저희 부모님의 모습을 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식들에 짐이 되기 싫은 것은 비단 시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료 계획과 동반되는 치료 비용을 들으실 때에도 자녀분들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셔야 하는 분들의 경우 고민의 기간도 길고 많은 부담을 주기 싫다는 표현을 하십니다.
이런 식으로 비용을 걱정을 하면 많은 자녀분들은 책망하듯 비용 걱정을 왜 하느냐 기왕 치료받는 것 좋은 것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십니다.
저 또한 아직 자식 된 입장만을 겪어서인지 환자분들이 자녀들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접 좋은 것을 해줄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자식 된 입장에서의 그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집니다.
부모님이 치아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오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자식들의 마음 또한 불편하고 괴로울 것입니다. 그리고 자식 된 입장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치료계획을 어떻게든 선택하고 싶을 것입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좀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진료실에서 때때로 유쾌한 어머님들을 만나 뵙기도 합니다.
"틀니 만드는 거 한 천만 원 한다 그래 줘~ 나머지는 내가 용돈으로 쓰게!"
위와 같이 말씀하신 분의 자녀분은 뵙지 못하였지만 연세에 비해 유쾌하기도 하면서 독립적으로 지내시는 분이셨습니다. 농담처럼 말씀하시면서도 실제 진료 비용 등은 꼼꼼하게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신경 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마음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이 있구나 배우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일정 시기 이후의 부모님과 저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친할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사이들을 돌이켜보며 부모님께서 후회하신 부분들을 더 신경 써보려고 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되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저 또한 별다른 큰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부모님께서 시간을 뺏지 않으려 후다닥 전화를 끊으시는 모습이 느껴질 때면 별로 바쁘지 않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해가 가면서 불편해지는 몸에 저는 늘 안타까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저를 보며 괜찮다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아프다고 얘기하는 것도 지친다는 얘기를 들으면 심경이 복잡합니다.
부담을 주시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마음도 사랑이고 더 좋은 것을 해드리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자식의 마음도 사랑이기에 애틋한 것을 진료실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느끼게 됩니다.
부디 서로 안타까워하고 조심하는 것 말고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덜 조심해도 되는 그런 방법을 빨리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HLEE.Prosthodontist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