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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LEE Prosthodontist Nov 03. 2021

07. 아직도 젊어 보인다는 말이 좋더라

어느 치과의사의 틀니 이야기 7

07. 아직도 젊어 보인다는 말이 좋더라



흔히들 주민등록증을 검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이가 많음에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요청을 받으면 기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나이를 어리게 봐주면 기뻐하는 것은 비단 20대, 30대, 40대, 50대 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이를 먹어가고 신체의 노화를 인정하기에는 또 나름의 시간과 적응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엘리베이터 등에서 모르는 사람이 지칭했을 때 기분 나빠하시는 경우 아들, 딸이 "할아버지 맞지 뭐." 이런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 더 속이 상하는 법입니다.


우리가 연대기적으로 세는 연령은 틀니를 만들다 보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대하다가 문득 차트의 나이를 확인하면 이렇게 젊으셨나 혹은 이렇게 나이가 많으셨나? 싶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은 몇 살로 보이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진료실에서 들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틀니를 만들고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젊어진 것 같다는 주위의 반응에 흐뭇하신 건 감추질 못하십니다.


특히 자녀분들과 같이 오시는 분들이 틀니 모양을 미리 체크하는 4번째 방문에 "엄마 너무 예뻐졌다", "너무 젊어 보여"라는 말을 들으시면 그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이가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시던 분들의 심리적인 변화가 보통 진료실에서도 틀니를 장착하였을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흔히 "나이가 들어 보인다"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다던지,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파인다던지 등등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치과의 영역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치아의 유무에 따라 소위 팔자주름이라고 하는 코에서 입꼬리까지 이어지는 주름의 깊이, 입술이 치아와 잇몸에 의해 지지되어 보여주는 탄력성 등이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가 틀니를 만들고 이 나이에 예뻐졌다는 말을 들었어." 틀니를 만든 어머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주름진 입술이 펴지니 젊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더 이상 입을 가리지 않고 웃으셨습니다. 나이 먹고 주책이라는 표현과는 달리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으시는 모습에 덩달아 흐뭇해지는 경험이 기억납니다.


틀니를 만들고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젊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치아를 상실하고 잇몸뼈의 양이 줄어들어 입술이 지지받지 못해 생기던 주름들이 개선되고 아래턱이 멈추는 지점이 생겨서 아래턱이 앞으로 빠지지 않도록 개선하기 때문입니다. 




틀니를 생각하면 이가 없으니 만드는 것이라고 아직 이가 있는 경우에는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틀니는 이렇게 사람이 젊어 보이게 혹은 더 심미적인 외형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하는 요소를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데 틀니는 얼굴을 3등분을 하면 아래쪽 1/3의 영역을 주로 개선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과의사들이 틀니를 제작할 때 입술의 지지도 적절한 높이 등을 고려하는 이유 중에는 비단 기능적인 요소뿐 아니라 틀니를 제작하여 장착한 이후의 얼굴의 형태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틀니를 만들고 심미적인 부분을 확인할 때면 민망하신지 제대로 보지 않으시는 분들의 비율이 훨씬 많으십니다. 괜찮은 것 같다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역정을 내시는 분이 아니라면 집요하게 확인해보시고 계속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같은 틀니라도 더 젊게 보이고, 맘에 들면 내심 좋아하신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의 지도교수님께서도 틀니를 제작할 때 항상 틀니가 입술을 지지하는 것을 유심히 잘 보고 환자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섬세하게 다루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틀니라는 진료를 통해 어르신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소제목으로 적은 "아직도 젊어 보인다는 말이 좋더라"라는 환자분의 말을 틀니를 점검하면서 들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마음이 복잡했던 이유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젊어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실"을 주책이라고 여기고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습에서 뭔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제 멋을 신경 쓸 나이가 아니지"라고 내심 넘겨짚는 아직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의 편견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 편견에 짓눌려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참고 넘기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과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젊어 보인다", "예뻐 보인다", "멋있어 보인다" 등의 칭찬을 싫어할 순간은 없습니다. 틀니를 제작하는 모든 환자분들에게 보호자 분들은 아끼지 말고 위와 같은 칭찬을 건네주시고 환자분들께서는 부끄럽지 않게 그 칭찬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HLEE.Prosthodontis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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