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유명한 속담은 틀니를 만드는 진료실에서 있다 보면 참 잘 만든 속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철과 에서 제가 진료를 하건 교수님 어시스트를 하건 언제나 그렇게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 아파트 누구가 틀니를 만든 날부터 깍두기를 그렇게 씹어 먹었다던데..."
"내가 다니는 노인정 할아버지는 그걸로 갈비를 뜯어..."입니다.
흐리시는 말끝과는 달리 눈빛으로는 "왜 내 틀니는 이 모양이야?"라고 물으십니다. 그것이 제가 만든 틀니이건 제가 만든 것이 아니건 상관없습니다. 당장 눈앞의 틀니로 그 부러운 지인 분처럼 먹게 만들어달라고 성화이십니다. 내 틀니는 아프고 괴롭고 내 친구는 틀니를 끼고 수월하게 이것저것 다 먹는 것 같아 속이 이미 상한 채 진료실로 오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편하려고 내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게 아니잖어..."라고 하실 때도 있는데 상하신 마음을 풀어드리려면 한참을 달래고 설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이야기들도 어르신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며 미화되고 틀니의 신화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아시는 분이냐 여쭤보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누구라는 사람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일 때도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또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서 어르신들끼리 초면에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퍼져 나가기도 합니다.
동일하게 다쳤을 때 툭툭 털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독도 하고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듯 비슷한 정도의 상처에 다르게 반응하는 걸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틀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아가 빠지고 이틀뼈(치조골)가 남은 양상도 개개인마다 다르고 골격, 근육의 평형 등등 남아있는 기준이 없으면 없을수록 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과의사가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틀니를 만들어도 그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틀니는 타인과 비교하기가 정말 어려운 치료입니다.
틀니를 "잘" 쓰는 지인이 가까운 사이고 더 자주 보거나 연락을 하는 사이라면 더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진료실에 오십니다. 그 마음 십분 이해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현재 상황에서 나아지는 것에 집중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뿐입니다.
옛 속담에도 있는 걸 보면 오래된 사람의 본성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이도 없고 고달픈 상태라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힘든 과정을 거쳐서 틀니를 만들고 나면 자연스레 비교하는 맘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해 보이는 다른 분도 각고의 노력을 거쳐서 비로소 나름대로 적응하신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만들자마자 마법처럼 씹기 편하고 맞는 틀니는 (거의 대부분) 없다고 생각하기에 위와 같이 비교하시는 다른 분의 숨겨진 노력과 인내를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공중파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을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거나 남들이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틀니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데 간혹 예상을 뛰어넘어 잘 쓰시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수준의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을 드시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드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고 저도 몇 분 뵌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 속으로 '아 이런 분들이 다른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그렇게 잘 쓰신다는 분들이 시구나'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상처가 나도 그 부분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고 정말 큰 문제가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람이 타고난 재능이 있듯 틀니에도 재능이 있나 봅니다. 우스갯소리처럼 건네는 말이긴 하지만 내심 맞는 말이기도 한 것입니다. 물론 틀니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치과의사의 역량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또 환자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는 진료 영역인 것은 분명합니다.
분명 열심히 만든 틀니가 불편하고 힘든데 옆 사람은 비교가 될 정도로 잘 쓴다는 사실은 나를 힘들게 만드는 사실입니다.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며 진료실에서도 매번 이러이러한 이유로 환자분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드립니다. 아마 이럴 때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틀니를 만들거나 수리한 눈앞의 치과의사일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와는 별개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틀니 치료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에 있어서 잘 쓰는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료실에서는 환자분의 현 상태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느냐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