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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13. 2024

저녁 - 금강

박준

소멸하는 약력은 

나도 부러웠다.


곧 죽은 슬픔이

여는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은어가 하루처럼 많던 날들이 나온다.


저녁 강의 시야가 그랬다.

출발은 하겠는데 계속 돌아왔다.


기다리지 않아도 강변에서는

공중에서 죽은 새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은

새의 영혼들이


해를 등지고

다음 생의 이름을


당신의 슬픈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주저 앉은 길 위에는 

물도 하릴없이 피어들고


소리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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