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소멸하는 약력은
나도 부러웠다.
곧 죽은 슬픔이
여는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은어가 하루처럼 많던 날들이 나온다.
저녁 강의 시야가 그랬다.
출발은 하겠는데 계속 돌아왔다.
기다리지 않아도 강변에서는
공중에서 죽은 새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은
새의 영혼들이
해를 등지고
다음 생의 이름을
당신의 슬픈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주저 앉은 길 위에는
물도 하릴없이 피어들고
소리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