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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22. 2024

나이 먹는 것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하루키

내가 마라톤에 나가게 된 것은 삼십대 초반으로 그 무렵은 나이별 스타트에서는 앞쪽이었다. 아직 젊었던 셈이다. 그러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뒤쪽으로 밀려나 지금은 드디어 제일 마지막 줄이 돼버렸다. 그래서 출발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터라 그동안 찬바람을 맞고 있어야만 한다. 너무하지 않은가, 경로우대 정신 좀 가지라고 하고 싶지만, 뭐 대회 운영상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 전날, 옷을 챙기고 출전번호를 핀으로 고정시키고 신발 끈을 다시 묶는 등 준비물을 챙기는 일은 설레고 즐겁다. 마치 소풍 전날의 초등학생 같은 기분이다.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가지를 쌓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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