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담Adam Apr 21. 2024

향수병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밤에 걷다가 갑자기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로 돌아갔다. 부쩍이나 선선해진 바람과 내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장기기억이 나를 거기로 데려다 놓았다. 그때와 똑같이 바닥은 어두운 아스팔트다.

어두움과 가로등 불빛과 비릿한 바람 냄새도 그때와 같다.


순간 나는 지금 왜 여기 있나 혼란스러워졌다. 최근의 일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머릿속에서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뭐? 나는 그대로 남아있잖아? 애쓰고 골치 아파했던 일들이 모두 사소해 보였다. 의미 없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잠깐 그런데 집이 어디지? 내가 가고 싶은 집은 어디지? 곰곰이 떠올리려고 노력했더니 그 아파트가 떠올랐다.아파트와 아파트의 사이사이 길.

고등학교시절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도 사람은 없었고 바람은 지금처럼 시원했다.


그러고 보면 아파트 사이 어두운 길이나 이 외딴섬의 캄캄한 산책길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렇게 바닷가 산책길에서 1993년 아파트 단지 사이를 걷던 기억을 꺼내어 한 시간을 넘게 걷는다.


나는 이제 집에 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남기고 싶은 한 마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